18개월 동안 송유관 절도 조직을 추적해 온 경찰이 80억 원 대 기름을 훔쳐온 전국 최대 규모의 기름 절도 조직 2곳을 적발하는데 성공했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전국 9개지역 송유관로에서 83억 원 어치의 기름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2개 조직 29명을 붙잡아 박모씨(48) 등 16명을 구속하고 13명을 불구속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 등 20명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 용인 평택, 전남 순천, 경북 김천, 인천, 충북 청주 등지에 설치된 송유관에서 81억 원 상당의 기름 450만ℓ를 훔친 혐의다.
유사석유를 만들어 팔던 박씨 등은 기름을 훔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하터널 굴착과 송유관을 뚫을 기술자를 전국에서 모집하고 단속에 대비해 바지사장을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동원된 기술자들은 맡은 역할에 따라 작업 일에만 현장에 나타날 뿐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철저히 분업화된 상태에서 작업을 했다.
또 다른 유류 절도 조직인 김모씨(48) 등 9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인천, 전남 순천 등에서 2억 원 상당(13만ℓ)의 기름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송유관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나 주차장 부지를 빌려 송유관로까지 지하터널을 뚫은 뒤 송유관에 특수 밸브를 연결해 저장탱크로 기름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주유소 보일러실이나 숙직실에 위장용 신발장 등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격벽을 설치해 송유관을 연결하는 터널을 만들었다”면서 일부 주유소의 경우 수개월 동안 근무한 아르바이트생조차도 범행사실을 모를 정도로 치밀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피의자들은 훔친 기름을 임대한 주유소에서 직접 팔거나 저유소에 넘겨 막대한 이득을 취했다.
전국 송유관에는 정제 작업을 거친 휘발유나 경유, 등유 등이 시간대에 따라 운송되기 때문에 송유관을 뚫어 연결해 놓기만 하면 다양한 유종 확보가 가능하고 바로 판매할 수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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