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유 최태원’이 ‘반도체 최태원’이 된 이유는?
입력 2015-08-25 17:29 

‘실패해도 좋으니 끊임없이 트라이(도전)해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얘기다. 최 회장이 실패를 무릅쓰고 뚝심있게 밀어붙인 반도체 사업이 어느새 그룹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주위 반대를 무릅쓰고 9조원의 부채를 가진 부실덩어리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이 지난 2011년. 이후 SK하이닉스를 제대로 경영해보기도 전에 최 회장은 수감생활에 들어갔다. 2년 7개월의 공백기간이 있었지만 인수 초기에 투자를 늘린 데다 반도체 경기마저 살아나면서 SK하이닉스는 그룹 내 최대 알짜회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5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인 2조96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 반도체 시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올해도 5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제 궤도를 찾으면서 SK그룹은 내수 위주 기업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SK그룹의 총매출은 165조원. 이 중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수출을 통해 15조6000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림으로써 그룹 내 해외매출 비중을 37.6%까지 끌어올렸다.
SK그룹은 고 최종현 회장이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면서 현재의 규모를 갖췄다. 적절한 타이밍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의 승부사 기질을 이어받은 최 회장도 SK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그룹의 체질과 틀을 바꿔놓았다.

특히 반도체는 최종현 회장이 1978년 선경반도체를 설립하고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다. 하지만 70년대 말 세계 경제를 강타한 오일쇼크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1981년에 선경반도체의 문을 닫고 말았다. 아버지가 못다한 꿈을 아들이 물려받아 일궈낸 셈이다.
최 회장은 반도체에 대한 애정으로 사면복권 후 첫 해외현장 방문지로 SK하이닉스 중국공장을 찾기로 했다. 최 회장은 26일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등 경영진을 이끌고 중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 장쑤성에 있는 SK하이닉스 우시공장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있는 우한에틸렌 공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장쑤성과 후베이성에서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계자, 주요 기업인과의 네트워크 미팅을 통해 향후 사업 등에 대한 논의도 병행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첫 해외출장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메르스 여파 때 경험한 것처럼 한국의 경제활성화에 중국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이 감안된 것이라고 SK 측은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