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의 저주…‘원유DLS’ 절반 원금손실구간 진입

국제유가가 6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파생결합증권(DLS)의 거의 대부분이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원유DLS 누적 발행액은 약 1조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인 5000억원 가량의 원금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24일(현지시간)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2.77달러(6.09%) 폭락한 배럴당 42.69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브렌트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5개 DLS(발행금액 기준 180억원)가 녹인(원금손실 기준; Knock-In) 가격을 밑돌았다.
만기를 불과 한달 앞둔 미래에셋증권의 ‘DLS 403호와 ‘DLS 408호, 내년 1월 만기를 앞둔 ‘DLS 499호가 원금손실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유안타증권의 ‘동양MYSTAR(DLS)136호와 대우증권의 ‘DLS 1165호 등도 만기를 불과 6개월 안팎 남겨두고 손실구간으로 들어갔다. 녹인이 일단 발생하게 되면 만기 때 발행 당시 기초자산 가격의 80~85% 수준 이상으로 회복돼야 수익상환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손실이 확정된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녹인 조건이 있는 브렌트유 DLS 발행잔액 6347억원 가운데 98.4%인 6246억원 규모의 DLS가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서부텍사스산(WTI)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DLS도 발행잔액 3421억원 가운데 97.9%인 3350억원에서 이미 녹인이 발생했다. 손실구간에 접어든 브렌트유와 WTI유 DLS 합계 발행잔액 규모는 9596억원으로 거의 1조원에 육박한다.
원금손실구간에 접어든 DLS는 2013년과 2014년 상반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발행된 상품이 대부분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2016~2017년까지 원유값이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1조원의 절반인 약 5000억원 가량 투자손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원자재 담당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달러화 강세에다 과잉 공급까지 겹쳐 원자재 가격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