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켜줄게” 구직자 계좌정보 빼내 중국으로

가짜 인터넷 구인광고로 구직자들을 속이고 급여계좌·출입카드 제작 명목으로 체크카드를 받아 중국 범죄 조직에 계좌정보를 넘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중국 파밍·스미싱 조직에 대포계좌를 넘기고 이를 이용한 범죄가 성공하면 수익금 일부를 받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황모씨(28) 등 3명을 구속하고, 차모씨(27)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황씨 일당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임대아파트에 콜센터를 차리고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허위 구인광고를 올려 구직자 221명의 정보로 대포계좌를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급여계좌로 쓸 계좌를 만들게 한 뒤 체크카드로 출입카드를 설정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카드를 넘겨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확보한 대포계좌는 중국에 있는 총책에게 주기적으로 공급했다.

중국 총책은 산하에 있는 다른 범죄 조직을 통해 이 대포계좌를 이용해 보이스피싱, 대출사기, 조건만남 사기, 스미싱 등 범죄를 저질렀다. 해당 대포계좌로 경찰서에 신고된 사기 건수만 총 233건, 피해액은 25억여원에 달했다. 황씨 등 2명은 범죄가 성공할 때마다 수익의 10%를 받았고, 차씨 등 3명은 계좌 1개를 넘길 때마다 각 50만원씩을 받았다.
경찰은 인터넷 구인·구직사이트의 허술한 관리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들 사이트는 기업회원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 가짜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해도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회원 가입시 월 광고비 1만~2만원만 내면 허위 구인광고를 그럴듯하게 노출시킬 수 있어 범죄 악용소지가 크다. 경찰 관계자는 취업준비생들이 인터넷 구직사이트 구인정보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이트 운영자가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회원 검증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황씨 일당에게 대포계좌를 공급받은 중국 범죄조직에 대해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 수사를 할 계획이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