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에 쥐약’ 대북확성기 내용은?
입력 2015-08-25 11:13  | 수정 2015-08-25 11:14


북한이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수준으로 남북 합의를 이룬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대북심리전의 위력을 보여준 '확성기 방송'이다.

지뢰도발로 우리 측이 11년 만에 재가동한 지 보름만에 중단됐는데, 북한 체제의 목을 죄는 쥐약이나 마찬가지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은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목함지뢰와 포격도발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함께 핵심 의제였다.

북측은 이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우리 측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주체사상 교육을 받고 최전방 부대에 들어간 북한 군인들을 동요시킬 수 있는 방송이 결국 체제를 위협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대북방송 내용은 간단히 오늘의 날씨를 전하는 것부터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는 뉴스까지 다양하다.

만일 우리가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하면 그 정보가 맞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북한 군인들은 야외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했다.

지난 2004년 발생한 용천폭발 사고 소식은 외부 세계에 어두웠던 그들에게 쇼킹한 뉴스로 다가왔다.

북한 정권은 주체사상과 우상화 교육 등으로 세상 물정 모르고 갓 입대한 병사들에게 들려오는 외부세계 뉴스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부터 재개된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8시간 정도 진행됐다.

방송 내용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대한민국 발전상', '민족 동질성 회복', '북한사회 실상' 등 4부분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북한사회 실상에 관한 것이 핵심이다. 그들의 내부소식 뿐 아니라 인권탄압 실태와 인권의 중요성까지 내보냈다. 그래서 북한엔 쥐약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내보낸 방송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지만 김정은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외국에 나가지 못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정은을 해외에서도 칭송받는 걸출한 지도자로 묘사하는 북측의 선전을 반박했고, 김정은의 직책도 생략한 채 이름만 내보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을 막무가내로 비난하는 자극적 내용보다 김정은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한 남한에서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틀어주며 장병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도 확성기 방송의 위력이다.

최근 들려준 노래는 아이유의 '마음',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빅뱅의 '뱅뱅뱅', 노사연의 '만남' 등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䞔조치로 대북방송 재개 방침을 세웠다. 이후 군사분계선(MDL) 지역 11곳에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했으나, 실제 방송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며 시행키로 하고 유보 중이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이 목함지뢰로 도발한 서부 및 중부전선 2곳에서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한 북한이 사과와 다름없는 유감을 표명함으로써 11개 지역에서 시행된 확성기 방송은 짧은 막을 내리게 됐다.

MBN 뉴스센터 최서진 인턴기자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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