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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동휘 "칭찬일색? 겸손함 잃지 않을게요"
입력 2015-08-25 10:11 
영화 '뷰티 인사이드' 우진 친구 상백 役

"웃음 준 대사,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가능했죠"

"박해진 닮았다고요? 실제 봤는데 저보다 훨~씬 잘생겼던데요?"

"비슷한 듯 다른 연기 보여 줄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조)정석이 형을 의식하고 연기한 것도 아니고, '정석 형을 넘어서야지!'라는 생각도 안 했어요. 우진 옆에 저런 친구가 있고, 저 삶 속에서 잘 살고 있다는 걸 표현하는 게 목표였죠.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어서 '납득이 같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렇게 불리기에는 아직 부끄럽죠."
배우 이동휘(30)는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영화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이 연기한 납득이와 같은 양념 역할을 해 '제2의 납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말에 대한 반응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한효주)의 판타지 로맨스를 담은 영화. 우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친구 상백으로 나오는 그는 웃음을 주는 대사들을 많이 토해낸다.그가 만든 설정이 꽤 많다. 처음 우진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와 김희원이 우진을 연기했을 때 등이다.
"우진의 비밀을 처음 알게 된 제가 우리가 서로 좋아하던 관심사를 얘기할 때, '스타크래프트'하면 '저그'하고 끝이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상대 배우에게 '4드론까지 해달라'고 부탁했죠. 아마 상대 배우는 그게 뭔지도 모르시고 말씀하셨을 거예요. 하하. (일본 AV배우) 아오이 소라도 제 성적 취향이 그쪽은 아니지만(웃음)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을 뒤죽박죽 섞어서 표현했어요. '건달같이 생긴 게 로맨티스트인 척한다'는 대사도 약간의 도움을 건넸고요. 애드리브가 가능했던 게 감독님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당연히 불가능한 거니까요. 고마운 일이죠."
이동휘는 극중 인물 상백이 진짜 주위에 있는 편한 친구 같다고 하자 "칭찬인 것 같다"고 좋아했다. 비결이 있었다. "전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를 볼 때 주인공들의 친구들을 봐요. 삶에서 우정의 크기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니까요. 상백을 연기하면서 자부심이 있었죠. 얼마나 좋은 역할인지, 부푼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해하면서 연기한 것 같아요(웃음)"
이동휘는 작품에서 모습보다 실제가 더 멋지게 보인다. 배우 박해진을 닮았다고 하니, 손사래 친다.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데 저보다 훨씬 잘생기셨고, 완벽에 가까운 것 같더라고요. 전 가만히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니 뭔가 죄송스러운 마음이에요. 이 얘긴 꼭 써주세요. 박해진 닮았다는 건 다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라고요."
'뷰티 인사이드'에는 23명의 우진이 나온다. 여주인공 한효주와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우진은 한 명도 없었다. 우진의 친구로 나온 이동휘만이 '감시자들'에서 한효주와 호흡을 맞춰 본 적이 있다. "효주씨가 오랜만에 봤는데도 살갑게 다가왔어요. 다른 우진이 부러워했을 정도였죠. 인사하고 대화하니깐 '둘이 서로 아는 사이냐?'고 묻는 '잘생긴 우진'이 몇 분 있었어요. 그때 괜히 우쭐했던 것 같네요.(웃음)"
그는 한효주와 친분이 있어 좋긴 했지만, "이수와 여러 명의 우진이 각자 키스하는 장면이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제 촬영이 없는 날 찍었어도 됐을 텐데 하필이면 제가 나와 있는 날 찍더라고요. 블루스크린을 하염없이 쳐다본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박신혜와 농도 진한(?) 이야기를 나눴으니 만족하진 않았을까. 그는 "굉장히 좋은 호흡을 보였던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하며 "상백이가 자연스럽게 해야 할 말이었으니 민망하진 않았다"고 웃었다.
이동휘는 최근 끝난 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에서도 '뷰티 인사이드'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비슷비슷한 모습을 경계해야 하는 게 배우들인데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이동휘는 "분명히 다른 지점을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부담을 느끼며 상백을 표현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가령 (이혼변호사의) 경이는 상사에게 들들 볶이는 남자, 상백이는 사업체를 이끌어 가고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는 인물이라고 파악해 연기했다. 지금까지 비슷한 역할을 한 것 같은데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타짜'에서는 열등감 패배감을 준 이인자의 모습이었다"고 덧붙였다. 각각을 자기식으로 소화했다는 의미다.
오랫동안 무명배우로 독립영화 등에서 연기하며 생각을 쌓고 쌓았던 이동휘. 그는 "외모에 대해 자신이 없으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회상했다. 잘하는 이들과 경쟁하면서 힘든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은 그만하라고 했던 때도 있었다. "3년만 더 달라"고 했고, 지난 2012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로 데뷔해 차근차근 얼굴을 알리고 있다.
"대중이 좋아하는 내 모습의 장점이 있는데 굳이 버리고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새로운 도전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억지스럽지 않게 연기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가가 주목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비슷한 듯 다른 이동휘의 연기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 호기심이 많아요. 분량과 배역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죠. 좋은 작품과 역할이라면 안 가리고 뭐든 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류승완, 박찬욱 감독님 등을 보며 좋은 도구로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재 그렇게 되고 있으니(이동휘는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도 출연했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도 합류했다) 정말 행복해요. 불안함도 있긴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말하는 잘 되는 배우가 되면 혼자 외딴 섬에 틀어박히고 싶지도 않아요. 아직 먼 얘기긴 하지만요(웃음). '나 잘났다'며 살고 싶지도 않고요. 이 일은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한 것 같아요. 지켜봐 주세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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