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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①] 윤소이 “공백기 이후 우울증…이제는 감사해”
입력 2015-08-25 10:03 
[MBN스타 김윤아 기자] ‘액션 전문 여배우. 배우 윤소이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는 영화 데뷔작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액션 연기로 대중들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KBS2 ‘아이리스2와 최근 종영한 tvN ‘신분을 숨겨라에서는 장르물의 홍일점임에도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줬다.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액션 작품만 제의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아쉬웠어요. 저는 로맨스 코미디도 자신 있고, 멜로물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박진희 언니가 해준 조언이 많은 깨달음을 줬어요. ‘배우로써 그런 수식어 하나를 갖기가 참 어렵지 않냐. 그 배우가 무슨 드라마를 했었지? 라고 떠올릴 만한 대표작을 갖는 게 참 감사한 일이다고 말씀해 줬어요. 이젠 윤소이하면 액션, 액션 하면 윤소이를 언급해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2003년 한 통신사 CF로 얼굴을 알린 윤소이는 연예계 데뷔와 동시에 영화계에서도 숱한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류승완 감독과 함께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촬영할 당시를 떠올리며 윤소이, 조용히 해라. 정신없다”고 많이 혼났다고 한다. 영화 용어를 전혀 모르던 신인은 프레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감독님의 호령에도 주눅 들지 않고 프레임이 뭐냐. 여기가 카메라 안인지 밖인지 내가 어떻게 아냐. 말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에 류승완 감독은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만 움직여라”고 말해주면 또 감사하다”고 외치며 밝은 에너지로 영화판을 종횡무진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당시를 재연하며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갔다. 이렇게 밝은 에너지를 내뿜던 그도 갑자기 찾아온 공백기 때문에 우울증을 겪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어릴 땐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고르면 됐어요. ‘아라한 장풍대작전 촬영을 시작할 때도 제가 5개나 되는 작품 중에 선택한 거였죠. 제가 브이라인이 아니고, 턱이 강하게 부각되는데, 감독님들이 당시에 이런 마스크를 좋아해주셨어요. 한혜진, 김태희 언니들처럼 예뻐서 캐스팅된 건 전혀 아니었죠. 마스크가 독특해서 데뷔할 수 있었고, 희소성이 있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런데 그런 이미지도 계속해서 보여주니 고갈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선택하는 삶에서 선택을 받아야하는 위치로 바뀌었어요. 연기를 하고 싶은데 1년 반 2년 동안 내리 기다려야 했죠. 에너지를 쏟을 데는 없고 하고는 싶고 늘 기다려야 했는데 정말 인정하기 싫었어요. 그때 우울증이 왔고, ‘나는 못하는 구나. 인정 못 받고 뒤처지나 보다. 나는 필요가 없는 삶이구나. 죽어야겠구나 까지 갔어요. 바닥으로 치달은 삶이었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며 깊은 우울증의 나날을 보내던 윤소이는 2010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미술치료가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상담 선생님과 서로 공감하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 삶의 존재가 있구나라며 치유가 됐어요. 누구나 결핍과 아픔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인지를 못하는 것 같아요. 또한 이유리 언니의 2014년 MBC 대상수상소감에서도 큰 감명을 받았어요. ‘나를 선택해줘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했잖아요. 배우들 중 자신이 작품을 선택해서 출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물론 전도연, 전지현, 김혜수와 같은 선배님들의 경우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매번 준비하고 있다가 여러 배우들과 경합을 벌여 선택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싶어요.”

너무 어린 나이에 주연을 꿰차고 승승장구하던 윤소이는 한 차례 슬럼프를 겪어서일까. 여배우의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과 겸손함이 느껴졌다. 인생의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저를 여배우로 봐주시고 인터뷰하시는 거지만, 사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아요. 정말 솔직히 말하면 저 정도의 배우들이 받는 개런티로 허세부리고 살면 큰일 나요. 하하. 특히 제가 협찬 받은 것들을 제 돈으로 사서 누리면, 아마 50대 60대엔 길바닥에 나앉아야 할 거예요. 하하. 물론 저도 어릴 때 작품이 끝나면 ‘명품 가방 사도되겠지 하고 돈도 펑펑 써봤고,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살기도 했어요. 겉멋이 든다고 하죠? 그런데 이후 1년간 작품이 없을 때 ‘아차 싶었어요. 프리랜서인 저는 미리미리 대비해서 돈을 아껴 썼어야 했는데 그걸 몰랐죠. ‘허세 부리다간 빚쟁이 되겠구나 깨닫고 나서는 제 수준에 맞게 살고 있어요, 제가 빨래 돌리고 청소도 하고 충분하더라고요. 하하”

그는 오랜 공백기 동안 연기를 못해 우울하기도 했지만, 오르락내리락 하는 배우라는 직분 속에서도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웠다. 오히려 그 기간은 인생에 관한 자신만의 철학을 확립하고 성숙해진 귀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윤소이에게 ‘신분을 숨겨라는 더욱 값진 작품이었다. 오랜 가뭄 속 단비 같은 인생작으로 꼽으며 촬영을 통해 모든 면에서 리프레쉬가 됐다”며 감사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액션을 할 때는 다치는 건 다반사여서 힘들 때도 있어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도 느끼죠. 그래서 엄청 잘 먹어요. 하하.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액션을 할 때는 잘 먹는 게 최고에요. 하하”

이처럼 윤소이는 여배우로서의 내숭보다는 인간 윤소이로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신분을 숨겨라 뿐만 아니라 SBS 예능프로그램 ‘썸남썸녀에 출연 해 본인의 가정사를 공개하는 등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는 여배우를 넘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

②로 이어짐

김윤아 기자 younahkim@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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