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로 이어질 뻔했던 프랑스 고속철 테러 용의자를 맨몸으로 제압한 미국인 3명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언론은 프랑스 고속철 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테러범을 제압한 이들의 ‘영웅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5시 45분께(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행 프랑스 고속철이 파리를 출발한 지 한시간 가량이 지났을 무렵 발생했다. 건장한 체격의 한 남성이 어깨에는 AK-47 자동소총, 한 손에는 루거 권총, 주머니엔 날이 서있는 대검 등으로 중무장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복도를 지나가던 프랑스인이 예사롭지 않은 그를 보고 몸을 날려 제압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무장한 남성은 복도로 도망쳤다. 이 와중에 총알이 수차례 발사되며 열차 유리창이 깨지는 등 열차 내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그 순간 열차에 타고있던 미국인 3명은 서로 눈으로 신호를 주고받은뒤 행동을 개시했다. 미국 공군에서 복무중인 스펜서 스톤 일병은 용의자를 덮쳐 몇 차례 가격했다. 휴가차 같이 유럽을 여행중이던 오리건 육군 주방위군 소속 알렉 스칼라토스와 대학생 앤토니 새들러도 스톤 일병의 제압과정을 도왔다. 꼼짝못하게 된 용의자는 10분여뒤 열차가 프랑스 북부 아라스역에서 정차하자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언론은 이들이 아니었더라면 자동소총에 가득 장전된 실탄이 모두 발사돼 끔찍한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테러 용의자는 9개의 탄창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프랑스 경찰당국은 전했다. 이는 수백명을 사살할 수 있는 양이었다.
미 공군 소속 스펜서 스톤은 용의자가 휘두른 칼에 머리와 목에 상처를 입고 엄지손가락을 심하게 베여 병원으로 후송돼 손가락 봉합수술을 받은 뒤 이튿날인 22일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용의자를 제압하며 영웅으로 떠오른 이들은 22일 밤 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며 파리에 있는 미국 대사관까지 안전하게 호송됐다. 백악관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들의 용감한 행동을 치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아라스 지역 당국은 이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편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 프랑스 경찰의 수사 결과 용의자 아유브 엘 카자니(26, 모로코)는 IS(이슬람국가)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로 여행을 떠났다가 불과 석 달 전에 유럽으로 돌아와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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