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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머니 `신흥국 엑소더스`…13개월새 1조달러 빠져나가
입력 2015-08-19 17:49  | 수정 2015-08-19 20:14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폭락과 환율 여건 악화에 따른 신흥국 경기 둔화를 우려한 자금 유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투자은행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3개월간 세계 19개 주요 신흥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총 9402억달러(약 1113조원)에 달했다. 이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개 분기 동안 순유출된 4800억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6년 동안 19개 신흥국에는 2조달러가 순유입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신흥시장으로부터의 자본 유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에 9월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신흥국 통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이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더욱 가속될 것"이라며 "신흥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면 바닥까지 떨어진 유가 등 원자재를 수출하는 신흥국은 통화 절하와 상품가격 약세의 이중고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요 신흥 20개국의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OITP(Other Important Trading Partner) 달러화 지수는 이미 지난달 전고점을 돌파하며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둔 신흥국의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30% 가까이 평가절하되면서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금융위기 때보다 낮아졌으며,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지난 12일 1만3800루피아로 199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도 잇달아 신흥국 투자 비중 줄이기를 권하고 있다. 최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메릴린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매니저 220여 명(운용자산 5740억달러) 중 32%가 신흥국 '비중 축소'를 권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01년 이후 최고치다. 국내 시장에서도 신흥국→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시작되는 모습이다.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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