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승기] 배려 배운 '마초' 임팔라 "나는 젠틀맨이다"
입력 2015-08-19 11:29  | 수정 2015-08-19 13:59

자동차는 한 세기 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만큼 여성보다는 남성들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마초(macho)다. 스페인어로 ‘남성을 뜻하는 마초는 덩치가 크고 근육질이며, 정력이 센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부리부리한 눈매, 강렬한 인상, 우람하고 억세 보이는 가슴 등 단단하고 야성적이면서도 단정한 남성적 이미지를 추구한다.
미국 자동차는 마초 성향을 강하게 발산한다. 강하고 큰 것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단단한 근육질의 스포츠카와 함께 크고 투박한 몬스터 트럭 등 대물(大物)을 드림카로 여긴다.
미국의 마초 자동차 문화의 뿌리는 19세기 금을 찾아 광활한 서부를 개척했던 미국인들의 프런티어(frontier) 정신, 카우보이 문화에서 유래했다.

거친 황무지에서 생존하기 위해 요구됐던 강한 남성상과 큰 덩치를 숭상하는 분위기, 청교도가 가져온 가족 중심의 문화, 넓은 땅과 싼 기름 값, 안전을 위한 욕구 등이 맞물려 마초 자동차 문화가 탄생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마초 자동차 문화는 미국에서만 통한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초 성질을 좀 죽여야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위해 덩치는 크고 인테리어는 투박해서 생긴 ‘탱크 이미지에서 벗어나 감성과 질감을 중시하고 역동성을 강조하는 유러피언 감성을 반영하는 추세다.
1958년 첫 출시된 뒤 10세대에 걸쳐 진화한 쉐보레 플래그십 모델인 임팔라도 이 같은 변화에 동참해 ‘속 깊은 대물로 변신했다.
임팔라는 이왕이면 덩치 큰 차를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은 미국 차답게 5m가 넘는 대물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5110x1855x1495mm이고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35mm다.
경쟁상대인 현대 그랜저는 각각 4920x1860 x1470mm와 2845mm다. 기아 K7은 각각 4970x1850x1475mm와 2845mm다. 그랜저보다 길고 높고 좁다. K7보다는 길고 넓고 높다.
차체 디자인은 선을 많이 사용했다. 선은 면을 이루고 면은 입체감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얼핏 보기에는 밋밋하게 보이지만 다가갈수록 선과 면의 조화로 입체감이 두드러졌다.
앞모습은 당당하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에어 인테이크 등을 직선으로 처리해 다부졌다. HID 헤드램프, LED 주간 주행등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첨단 이미지를 부여했다.
헤드램프에서 뒷좌석 손잡이까지 이어지는 벨트라인은 일직선 라인에 있다. 역동감을 주기 위해 앞으로 쏠리는 쐐기형이 아니라 수평선을 이뤄 당당해 보인다. 때릴 테면 때려보라는 식으로 꼿꼿하게 서 있는 권투 선수를 연상시킨다.
그 바로 밑에 완만한 곡선이 리어램프까지 연결돼 자칫 밋밋해 보이기 쉬운 차체에 생동감을 준다.
뒤쪽 이미지는 역동성을 부여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트렁크 리드는 높게 치솟아 스포티한 느낌을 줬다. 시선을 가운데로 모아주도록 선을 처리해 실제 크기보다는 작아 보인다.
실내 인테리어는 단순하면서도 깔끔하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에 날개 형태로 들어간 메탈 트림이 악센트를 줬다.
실내 곳곳에서는 ‘배려가 느껴진다. 8인치 터치 스크린 모니터는 버튼만 누르면 팝업 형태로 위로 올라가고 그 안에 숨겨진 수납공간이 나온다. 지갑, 카메라, 스마트폰 등을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 올려놓으면 바로 충전되는 무선 충전 시스템도 센터페시아에 있다. 스마트폰을 보호하는 냉각 기능도 채택했다. 운전석·조수석 도어에는 롤스로이스처럼 우산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애플 카플레이를 채용한 커넥티비티 시스템 마이링크도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도 실용화하면 적용할 수 있다.
세미 버킷 시트는 덩치 큰 사람도 넉넉하게 앉을 수 있는 크기다. 뒷좌석 공간도 넓다. 히팅, 오디오, 컵 홀더 등의 기능을 갖춘 멀티 암레스트도 채택했다. 쇼퍼 드리븐(운전기사가 따로 있는 차)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에어백은 경쟁차종들보다 많은 10개다. 경쟁차종에는 없는 조수석 무릎에어백을 채택했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인 535ℓ다. 골프백과 보스턴백을 각각 4개씩 넣을 수 있다. 그랜저는 454ℓ, K7은 451ℓ다.
미국 임팔라에는 없는 전동식 사이드 미러, 하이패스, 레인센싱 와이퍼, 뒷좌석 히팅시트, 220볼트 인버터 등도 채택했다. 한국 소비자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시승차는 3.6ℓ LTZ(4191만원). 캐딜락 XTS가 채택했던 3.6ℓ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리매틱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309마력, 최대토크 36.5kg.m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9.2km/ℓ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자 부드럽게 가속했다. 고속에서는 독일차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파워가 듬직했다. 5m가 넘는 덩치 때문에 코너링 성능이 떨어질 것으로 여겼는데 코너를 부드러우면서도 민첩하게 돌았다. 정숙성도 괜찮았다. 3중 실링 도어, 이중 접합 차음유리,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등으로 소음·진동 성능을 향상시킨 결과다.
기어 레버에 붙어있는 토글스위치로 수동 변속할 수도 있다. 수동모드를 사용할 때는 속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차 스스로 변속을 바꾸지 않고 운전자가 설정한 기어단수를 유지했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FSR ACC)은 압권이다. 차간 거리를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완전히 멈추기도 했다.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할 때는 편하지만 불안감도 있기 마련인데, 임팔라에 장착한 ACC는 불안감을 상당부분 씻어줬다.
서비스는 임팔라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수입차이지만 국산차와 같은 수준에서 애프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수입차 고질병인 수리·점검비용 부담이 적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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