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이 경기 불황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투자를 30%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4대 그룹의 투자가 50% 이상 늘어나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전년 동기대비 세 배이상 투자를 늘려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장기화된 불황을 겪는 조선·철강·정유 중심 그룹에서는 투자가 감소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는 롯데도 유통 중심 그룹 중 유일하게 투자를 줄였다.
1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국내 30대 그룹 266개 계열사의 상반기 투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투자액은 개별 기준 총 38조7776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31.5% 증가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조원에 가까운 9조2795억원이 불어났다.
설비투자와 관련된 유형자산취득액이 35조1732억원으로 8조9190억원(34.0%) 증가했고, 연구개발(R&D)·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취득액은 3조644억원으로 3605억원(11.1%) 늘었다.
그룹별로는 30대 그룹 중 절반을 넘는 18곳의 투자가 증가했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상위 4대 그룹의 투자가 29조2715억원으로 50.4% 급증, 전체 분위기를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철강 등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가 일제히 증가하면서 상반기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2.0% 급증한 10조47억원에 달했다. 늘어난 금액만 6조8972억원이었다.
현대제철이 현대종합특수강(구 동부특수강)을 인수하고 현대차가 신차 개발을 위한 투자에 나서는 등 완성차·부품·철강 부문의 계열사들이 전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10조326억원으로 2조2418억원(27.8%) 증가해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액이 많았다. SK는 5조4646억원으로 5834억원(12.0%) 늘었고, LG는 3조4996억원으로 821억원(2.4%) 증가했다. 한화도 5369억원을 투자해 82.4%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외에 신세계, 금호아시아나, 영풍, 두산, 효성, 현대백화점 등 12개 그룹의 투자가 증가했다. 신세계(6924억원, 14.4%), CJ(4842억원, 3.7%), 금호아시아나 (3678억원, 3.9%), 영풍(3305억원, 25.6%), 두산(2171억원, 11.9%), 효성(2160억원, 4.7%), 현대백화점(2081억원, 78.6%) 등이 2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포스코, 롯데 등 11개 그룹은 투자가 줄었다. 업황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선·철강·정유 관련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포스코는 투자를 작년 동기 대비 3124억원(22.8%)이나 줄여 30대 그룹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롯데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주요 기업 중 유일하게 투자를 3113억원(21.0%)이나 줄였다.
또 한진(2511억원), S-Oil(1307억원), KT(1095억원) 등도 1000억원 이상 투자를 줄였다.
지난해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온 대우조선해양(657억원), 현대중공업(562억원) 등 조선업 중심 기업도 투자가 축소됐고 GS(410억원), 대림(356억원), 현대(233억원), 동국제강(154억원)의 투자도 감소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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