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가 개봉되기까지 많은 과정과 다양한 사람들을 거치게 된다.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배우, 촬영감독, 음악감독, 미술감독, 제작진, 의상 팀, 무술 팀, 투자자, 배급사, 매니저, 홍보사 등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다해 제작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늘 영화가 개봉되면 배우 또는 감독만이 인터뷰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MBN스타 김진선 기자] 분명히 배우 전지현에게 일본어를 가르쳤는데, 1930년대 안옥균으로 되돌아온다.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 ‘암살 배우들은 모두 연습벌레였다. 감정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내 목소리가, 연기가 돼서 돌아오더라. 연기는 오롯이 배우의 몫인데 단어의 느낌과 감정 살려서 말이다.”
영화 ‘암살 속에는 한국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때문에 영화에 몰입도가 높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시대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기 위해 외국어 공부는 배우들에게 필수였고, 이 뒤에는 배우들의 대사에 혼을 실어주는 ‘외국어 선생님이 있었다. 차하연 일본어 선생님을 만나 영화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어떻게 ‘암살 일본어 선생님을 하게 됐나
A. 최동훈 감독의 전작 ‘도둑들을 할 때,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이쪽 일은 처음이었는데 재밌었다. 원래 영화 많이 좋아한다. ‘타짜도 굉장히 좋아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민폐만 안끼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Q. 그럼 일본에서 살다 오신 건가
A. 초등학교와 대학을 일본어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본에 한국어 로컬학교를 다니게 됐다. 운이 좋았던 게 한 학년에 한국 친구도 있고, 주재원들이 많이 살던 곳이라 한국어를 익히고 일본어도 익힐 수 있었다.
Q. ‘암살 대사 중에 배우들이 어려워했던 발음은 무엇인가
A. 극 중 인물(?) 중의 이름. 미츠코, 이 이름에 치읓은 쌍지읒도 아닌 치읓도 아닌 발음이다. 지읒에 지(Z) 발음에 가깝지만 너무 강하게 하면 느끼해 진다. ‘괜찮다의 ‘다이죠부 (괜찮아요)의 디귿도 한글의 디귿과 다르다. 또 악센트가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Q. 발음을 연습하면서 중점을 맞춘 곳은 어디인가
A. ‘어떻게 하면 한국인이 하기 힘든 발음이나 억양이 자연스럽게 하도록 표현될까 라는 점에 중점을 뒀다.
Q. 특별하게 언어 감각이 있는 배우도 있었나
A. 언어 감각이 있다는 것보다 정말 모두 다 정말 잘했다.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공통적으로 감(感)이 좋더라. 또 배우라서 그런지 일반인보다 한국어 발음이 어조가 더 견고했고 대사 전달 때문인지 어조가 더 또렷하고 강했다. 때문에 일본어 구사가 더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언어는 센스라는 말이 있듯이 특유의 감으로 잘해내더라.
하정우는 울림통이 참 좋더라. ‘암살 배우들은 모두 연습벌레였다. 감정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내 목소리가, 연기가 돼서 돌아오더라. 연기는 오롯이 배우의 몫인데 단어의 느낌과 감정 살려서 말이다.
배우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자주 만난서 연습해요”라더라. 덕분에 나도 힘든 적이 없었다.
Q. 배우들이 일본어를 배우고 연기를 할 때 느낌도 묘했을 것 같다
A. 내 잔소리를 다 흡수하고 현장에서 하면 깜짝 놀랄 정도로 해내는 것을 보면 그랬다(웃음). 일본어로 하는 연기는 주연 세 분 외에도, 모든 배우들이 연기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
이 아니었다. 이분들이 녹음기도 아니고, 교재를 읽는 것도 아니지 않나.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어로 무작정 따라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본어 단어 뜻을 알고 외워야 감정을 실을 수 있는 것이다. 연기를 할 때 중요한 게 ‘뜻 아닌가.
게다가 일본어만 나오는 장면에서는 본인의 대사 뿐 아니라 상대 배우의 대사까지 외워야 자연스러운 장면이 완성될 수 있다.
분명히 배우 전지현을 가르쳤는데, ‘암살 안옥균으로 돌아오니 느낌이 정말 이상하더라. 제 자식 같고(웃음). 그래서 영화가 매력적인 것 같다.
Q.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을 보다가 배우들을 만났는데, 어떻던가
A. 이경영은 배우로서 관록이 있는데 배울 때는 어린아이 같았고, 매력적이었다. 김혜숙은 ‘도둑들에서 봤을 때 마치 이미 배우고 온 듯 잘해서 놀란 기억이 있다. 극 중 명우(허지원 분)은 눈이 참 예쁘더라. 오달수 배우도 만나서 정말 좋더라.
Q. 최동훈 감독과의 호흡이 어땠나. 즉석해서 만들어내는 대사도 있다고 하던데
A. 보편적인 감정은 감독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한다. 대사가 나갈 때도 적은 대사라고 반드시 확인을 받고 느낌 보고 넣었다. 발음이나 억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인데 감정이 좋으면 그냥 나가기도 했다. ‘흘러가는 것에 중점을 뒀다. 최 감독이 일본어를 정확히 몰라도 테이크 느낌을 따랐다. 신기하게 감독이 느끼는 지점과 내가 일본어 발음이 좋다는 부분이 일치 하더라.
Q. 한국어를 일본어로 표현하는 것도 단순한 과정은 아니다. 게다가 시대도 다르니.
A.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 써서 대사 무게가 달라지거나, 장면 바꿀 때는 허락을 받았다. 문화까지 다르니 단어 하나하나가 쉽지 않았다. ‘착하다는 한국어를 일본어 ‘야사시라는 표현을 쓰긴 하지만, 그 뜻만이 있는 게 아니리, 상황에 맞게 단어를 넣는 것은 고민할 부분이었다. 일본어는 형용사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
Q. ‘암살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
A. 카와구치(박병은 분)와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이 만나는 장면이 일본어만 있는 장면이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사사키(정인겸 분)와 염석진(이정재 분)가 만나는 장면, 강인국(이경영 분)의 장면이나, 꽃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 등 한국어 없는 장면은 작품을 하면서 애를 써서 기억에 남는다. 일본어만 나와서 상대방 대사까지 외워야하는 상황인데 배우들이 잘 해줬다.
‘암살을 봤을 때는 이봉창 의사의 모습과 최덕문이 손을 부여잡는 장면이 닮아 있어 기억에 남는다. 표정과 장면이 정말 절묘했다.
Q. ‘암살에 목소리도 나오고 출연도 하셨다고 들었다
A. 통신병으로 잠깐. 기차역에서 안내음성이 내 목소리다. ‘암살을 통해 배우라는 직업이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배우들이 열심히 해서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워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인처럼 백퍼센트로 높이지 못하지만 근사치로 가고 싶었다. 배우들은 신경 쓸 게 정말 많더라. 동선에, 일본어 체크에 연기까지 해야 하는데, 정말 만만치 않더라. 내 지적에 한 번도 얼굴 찌푸리지 않은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최준용, 김진선, 김성현, 최윤나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