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철강·조선, 성장모멘텀 없어 시름…악재는 이미 반영
입력 2015-08-15 04:04 
◆ 안갯속 증시, 업종별 점검 / 철강·조선 ◆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종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가가 이미 많이 낮아진 상태지만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전날보다 60원 하락한 6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만8650원)보다 64.3% 하락한 가격이다.
삼성중공업(-38.3%) 포스코(-31.4%)도 연초보다 30% 넘게 주가가 빠졌다. 철강과 조선 업종을 대표하는 9개 기업 중 연초보다 주가가 오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한진중공업(-6%)만이 10% 이내로 주가가 하락해 '선방'했을 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올해 실적 전망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철강 시장은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 구간에 진입해 철강 업체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 업종 대장주인 포스코는 지난해(3조2135억원)보다 10.3% 하락한 2조88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금융투자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세아제강도 지난해 1642억원에서 올해 99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39.3% 감소할 전망이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제 철강 시세 약세에 따른 실적 부진은 3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며 "포스코의 경우 주요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에너지의 실적이 국제 유가 및 가스 가격 하락에 따라 악화된 영향도 컸는데 이 또한 하반기에 빠른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아시아 철강사 간 경쟁이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사의 수입 철광석 의존도는 약 80%로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침체된 중국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내수 가격 인상은 불가능해 수출량 증가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내수 부진과 환율 약세라는 공통분모에 직면한 한·중·일 철강사 간의 경쟁 강도는 더욱 세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판매단가 상승 효과로 3분기 실적이 양호할 수 있지만 단기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제철은 지난해(1조4911억원)보다 8.1% 늘어난 1조61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상반기 합병한 현대하이스코 실적이 하반기부터 현대제철 실적에 반영되는 영향이 크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상반기 현대하이스코 합병, 현대종합특수강·SPP율촌에너지 지분 인수 등으로 종합제철사 변신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며 "이에 따라 현대제철의 최대 약점이던 차입금 과다 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 업종의 가장 큰 난관은 2분기 실적 어닝 쇼크에 따른 시장 신뢰 감소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잠정실적 발표 때 수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 36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2분기 1조54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장기 공사 수주에 따른 손실 문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워져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해 1분기 발생한 큰 손실이 1년 반 만에 더 큰 손실로 돌아왔다"며 "당분간 긍정적인 투자 포인트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 대우조선해양이 충당금으로 쌓아둔 금액이 2000억원에 불과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자회사 청산 등 구조조정 비용도 추가로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철강과 조선 업체 투자자들이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소는 이러한 악재들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뿐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5배에 불과하다. 포스코(0.36배) 현대제철(0.47배) 삼성중공업(0.46배) 현대중공업(0.38배) 등의 PBR도 0.5배가 안 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경우 비우호적인 요소는 모두 현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회사 측은 적어도 3분기까지 자동차강판 가격 인하가 없다고 언급했고 4분기에 차강판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원재료 가격과 해외 차강판 가격 수준 등을 고려해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경우 자회사 및 관계사들의 지분 가치만 6조원이 넘지만 시가총액이 7조1820억원에 불과해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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