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치러질 20대 총선의 선거구를 획정할 권한을 가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13일 자체적으로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선거구 획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선거구 획정기준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을 국회가 지키지 못하자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대년 선거구획정위원장을 비롯한 획정위원 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선거구획정의 전제조건인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획정기준을 정해주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었다”며 획정안 제출기한인 10월 13일의 2개월 전인 8월 13일까지 결정해 줄 것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2차례에 걸쳐 강력히 촉구한 바 있으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도 선거구 획정 기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국회를 성토했다.
획정위는 이어 그 동안 선거구 획정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선거구가 확정되는 아픈 경험을 겪어 왔다”며 현행법과 공청회 등을 통해 확인된 국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획정기준 등을 설정하고 본격적인 선거구 획정작업에 착수할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획정위가 자체적으로 기준 마련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기존 3:1에서 2:1로 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린 만큼 이번 선거구 조정 범위는 예년에 비해 훨씬 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역구 의석수 조정에 따라 조정대상 선거구 수도 큰 폭으로 변한다. 실제 매일경제신문이 중앙선관위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7월말 인구 기준으로 현행 지역구 수 246석을 유지할 경우에는 24개의 선거구가 최소인구에 미달하지만 240석으로 축소할 경우 미달 선거구가 30개로 대폭 늘어난다.
하지만 현재 공직선거법에는 300석의 의원정수 기준만 있을 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몇 석으로 배분해야 할지 기준이 없다. 헌재 결정으로 기존 지역구 246석 기준은 사실상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가 기준을 주지 않을 경우 획정위 마음대로 300석 범위 내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나눌 수도 있는 것이다.
정개특위는 오는 18일부터 회의를 재개해 최대한 신속하게 획정기준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 간사인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거제도는 법률사항인데 어떻게 국회랑 상관없이 할 수 있겠나. 기준을 빨리 달라는 촉구의 의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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