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계 메르스 피해 지원 ‘허점투성이’
입력 2015-08-12 16:01 

뮤지컬 제작사 A사는 지난 6~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수십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영 위기를 겪는 와중에 정부가 추경예산 300억원을 투입해 관객의 공연 티켓 구입을 지원한다고 발표하자 큰 기대를 걸었다. 관객이 공연 티켓을 구입할 경우 티켓을 한 장을 더 제공하는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통해 침체에 빠진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게 정부의 취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A사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티켓 지원 대상 공연 기간은 8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올리는 작품에 한정됐다. A사는 이 기간에 공연 계획이 없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 회사처럼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지만 ‘원 플러스 원 행사 기간에 공연을 올리지 않는 제작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이 지원 대책의 목적이 ‘공연 사업자가 아니라 ‘공연예술계 활성화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사업자가 바로 공연을 제작하는 주체다. 그들이 흔들리면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나와야 관객도 몰리고 시장이 활기를 되찾는다.
모처럼 정부가 공연예술계를 위해 통 큰 지원을 결정했지만 그 수혜가 골고루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원 대상을 5만원 이하 공연 티켓으로 제한한 것도 문제다. 문체부는 영세한 공연사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게 목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학로 소극장 연극 사업자 만큼이나 대형 뮤지컬이나 오페라, 발레 제작자도 어렵다.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공연의 메르스 피해액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관객의 선택 폭도 제한된다. 소극장 공연 뿐만 아니라 대작을 관람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정부 지원 목적에도 모순이 있다. 이번 지원 대책 목적이 ‘공연 사업자가 아니라 ‘공연 활성화라고 해놓고 영세한 사업자들을 집중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5만원 이하 공연 티켓에 한정했다. 대부분 대형 뮤지컬과 오페라 티켓 최저 가격이 6만원을 넘기 때문에 정부 지원 혜택을 받기 힘들다. 그래서 대형 뮤지컬 제작사들은 정부 지원 대상 티켓 가격을 10만원으로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 지적이 계속되자 정부는 추경예산 200억 원을 투입, 메르스 피해를 입은 공연 단체 300곳을 선정해 지방 순회 공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형 뮤지컬은 정부가 지정한 농산어촌, 사회복지시설, 학교, 메르스 피해 지역에서 공연하기 어렵다. 무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작품의 묘미를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의 본질을 간과한 전시 행정 부작용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원 대상 기간에 공연을 올리려는 제작사들 때문에 ‘대관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지원금을 노린 ‘한탕주의 공연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교란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원 플러스 원 티켓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공연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제작사들은 공짜 티켓보다는 매출 부가세와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메르스 피해 기간을 포함해 6개월 한시적으로 세금을 감면해주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한다. 영국은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재로 관광객이 급감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본 공연 제작사에게 부가세와 법인세를 감면한 바 있다.
다행히 문체부는 이번 지원책 시행 한달 후 문제점을 시정하겠다고 해서 제작사들은 다시 희망을 걸고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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