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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표절③] 유사 아이디어와 표절 사이, 헐거운 국내법
입력 2015-08-12 14:16 
디자인=이주영
[MBN스타 이다원 기자] 표절을 다루는 국내법은 헐거웠다. 법을 제대로 파악하는 이라면 표절과 유사 아이디어 사이에서 마음대로 피해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은 작품이 다른 이에게 도용돼 버젓이 유통되고 몇 백 억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올린다면 대체 어디에 호소해야하는 것일까.

국내 현행법상 A를 모방해서 B가 만들어졌을 때 ‘A에 의거해서 만들어졌느냐와 ‘실질적 유사성이 있느냐가 표절이 기준이 된다. 의거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직접증거나 혹은 A에 대해 B 저작권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느냐를 보여주면 되지만, 드라마나 영화 등 미장센이나 구도, 내러티브 등 선명하게 판단할 수 없는 저작물들에 한해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는 주관적 요건임으로 누가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법 때문에 실제 자신의 콘텐츠를 빼앗겼지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저작권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인기 작품에 어김없이 표절 의혹이 등장하는 것 역시 법에 호소하는 것보다 여론에 폭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체 저작권법은 왜 이리 느슨해진 것일까. 김준석 변호사는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상이나 생각, 글의 소재, 모티프가 되는 것들을 통칭해서 아이디어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상 이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잣대를 댄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이분화하는 것이 오히려 맹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머리 속에 생각하는 걸 표현할 때 글이나 그림으료 표현한다. 궁극적으로 따지면 아이디어나 머릿속에서 나온 게 표현된 것이 저작물인 셈”이라며 미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보다는 그걸 추진한 사람의 저작권을 우선시해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난 국내는 저작권 개념 자체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이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재판부에서는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관련 감정의를 선임하고 이 과정에서도 양측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저작권법을 심판하는 기관 자체가 전문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감정 결과에 좌지우지되는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물론 저작권법만 다루는 전문기관이 없어 재판부가 증거자료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워 감정의를 선임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법원은 소송 당사자들이 제출하는 자료도 많이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표절 시비 추세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법망이 촘촘하지 않은 탓에 지금보다 더 많이 일어나고, 표절 의혹을 가리는 데에도 쉽지 않은 과정이 있을 거라는 게 업계 견해다. 현재 표절 문제는 자신이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이를 밝혀야 하는 시스템인 탓에, 또한 요즘 여러 작품 일부분을 뽑아서 뒤섞고 표현만 바꾸는 짜깁기가 성행하고 있어 표절 논란은 당분간 골치아픈 문제로 남을 예정이다.

처벌 수위도 높지 않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2항 제4호에 따르면 위반시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대부분 실형 가능성은 적으며 벌금형으로 끝나는 편.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셈이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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