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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석진, 어쩌면 ‘암살’ 속 가장 슬픈 캐릭터
입력 2015-08-12 10:44  | 수정 2015-08-12 10:52
◇ 본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돼 있습니다.

[MBN스타 김성현 기자] 역사는 결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폭군으로 왕의 호를 받지 못한 광해군 역시 현대에 와서 새롭게 조명돼 그의 업적이 다시 평가 받는다. ‘암살의 염석진을 결과로 평가한다면 민족의 배신자다. 하지만 영화 속 그의 업적은 배신자로 평가받기엔 아쉬운 점이 있다.

배우 이정재가 분한 염석진은 ‘암살 속에서 두 얼굴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15년간 뛰어난 활약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경무국 대장이었다. 그의 몸 이곳 저곳은 독립운동의 훈장처럼 칼에 찔리고 총에 맞은 상처가 가득하고 결국 손가락까지 잃었다.



자신을 희생해가며 그 누구보다 독립운동에 힘썼던 염석진은 1911년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으로 감옥에 갇히고 열흘 만에 종로 경찰서를 탈출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당시 종로경찰서는 한번 들어가면 온갖 고문에 시달리다 결국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염석진의 탈출은 어딘가 의심스럽다.

결국 그는 극 중 지독한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과 함께 독립군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변절자가 되고 결국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에게 총살당하는 비극을 맞이한다.

염석진은 당연히 조국과 민족을 배신한 파렴치한이다. 영화 역시 그에게 비극적인 죽음을 선사함으로써 천벌을 내렸다. 하지만 친일파가 됐다는 결과만으로 그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염석진과 비슷한 인물은 바로 지난 2012년 방송된 KBS2 드라마 ‘각시탈의 주인공 이강토(주원 분)다. 염석진이 독립운동가에서 친일파로 변절했다면, 이강토는 친일파에서 독립운동가로 변모했다.

그는 똑똑한 법대생이었던 형 이강산(신현준 분)이 독서회 사건에 연루돼 모진 고문 끝에 바보가 되자 현 상황에 환멸을 느껴 일본군에 충성을 맹세한다. 이강토에게 독립군은 가족을 망가뜨린 주범이었기에 일본의 편에 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이 급했다. 물론 마지막에는 각시탈로 민족의 영웅이 되지만, 그에게도 친일파였다는 과거는 있다.

염석진은 바로 옆에서 죽어가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고 약해진 마음이 그를 일본의 앞잡이로 만들었다. 그는 분명 동료들을 버린 배신자지만, ‘암살 속에서 가장 외롭고 고독한 인물이다.

김성현 기자 coz306@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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