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광복70년 한국의 기업史> 사업보국의 정신…최빈국을 세계13위 경제대국으로
입력 2015-08-12 10:09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

일제 강점기의 수탈과 6·25 전쟁을 거치며 한국은 그야말로 폐허로 번했다. 이 나라에 희망은 없어보였다.
한국전의 영웅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를 복구하는데 최소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을 전쟁의 불더미에서 구한 맥아더였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예언은 틀렸다.
한국경제는 1960~70년 산업화와 수출확대, 고도성장을 이뤄내며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를 겪고 크고작은 부침도 겪었지만 우리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지금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3위 경제대국(GDP(국내총생산)기준)이자,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이 이뤄낸 기적같은 경제성장의 주역은 우리 기업들이다. 국가 지도자의 비전과 리더십, 국가주도의 치밀한 경제개발 정책이 한국 경제 발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경제 성장의 진정한 주역은 역시 기업들이다.
기업의 창업주와 CEO들은 투철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마음가짐과 애국심을 바탕삼아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이 과정에서 이병철과 정주영 같은 수많은 기업의 영웅과 거인들이 나타났다.
고(故)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반도체 사업 시작을 확정하며 어디까지나 국가적 견지에서 우선 삼성이 먼저한다...(중략)...두가지(이익 확보와 국가적 견지에서 하는 것)을 병행해서 추진하기로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창업주의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다 바꾸라”며 신경영 선언을 했고 삼성그룹은 이후 혁신을 주도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부상했다.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일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일”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현대그룹이 모태가 된 현대자동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의 주도아래 글로벌 톱5 완성차 제조업체로 도요타, GM, 폭스바겐과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1976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 모델인 포니가 첫 탄생한지 불과 40년 만에 일어난 놀라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했던 중화학 공업 입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조선, 철강, 화학 분야에서 현대중공업, 포스코, LG화학 같은 각 분야별 선두를 다투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중화학 공업의 강자 지위를 IT(정보기술) 분야가 이어받았다. SK그룹은 정보통신 분야를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등 글로벌 기술을 선도해 왔고 네이버, 다음카카오 같은 신생 IT기반 기업들이 쑥쑥 성장하며 IT강국 코리아를 선도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리더십 아래 임직원과 근로자들 역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근면과 성실, 희생정신과 도전정신으로 힘을 더했다.
열악한 자본으로, 때로는 원조나 차관 도움으로 시작된 ‘구멍가게 들은 이같은 눈물겨운 도전과 노력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전자제품, 자동차, 조선, 철강 등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포스코 등은 글로벌 수위를 다투는 일류 기업들이다. 이같은 한국 기업들의 맹활약을 지켜본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생전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업가정신이 가장 왕성한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물론 고도성장의 과정에서 부작용과 불합리한 관행들이 나타났고 일부 기업인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문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사회 만연한 반(反)기업 정서는 우리 기업들이 국가에 기여한 크나큰 공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우리 기업들은 이제 광복 70주년을 맞아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야할 시대적 요청을 받고 있다. 국가를 위해서도, 무엇보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과제가 끊임없는 혁신과 시대를 앞서가는 과감한 선제적 투자전략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은 만만치 않다. 마땅한 성장엔진과 투자처를 찾지 못해 성장은 정체돼 있다. 각종 규제와 고비용 저효율 구조, 노조의 투쟁적 행태, 반기업정서는 기업들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더뎌지며 수출은 녹록치 않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따라잡았고 따라잡은 줄 알았던 일본은 한걸음 더 앞서 뛰어나간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맨손에서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기업가정신의 실종이다.
하지만 한국인은, 우리 기업들은 언제나 위기를 기회로 바꿔왔다. 기업들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분명 난관 뿐이지만 남탓만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이를 넘어 변화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좀더 과감하면서도 체계적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내고 사업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창업 1세대의 애국심과 민족의식, 사업보국 정신, 도전정신, 그리고 위험부담과 고통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낼 때다. 물론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와 뜻을 모으고 국민들도 기업들을 좀더 응원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게 할 때 성장한계에 봉착한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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