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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절묘하게 비튼 현실의 대한민국
입력 2015-08-12 09:0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뿐이다. 사람들 대부분의 바람이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진 않다. 삶이 퍽퍽하다 느끼게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그렇다.
미래를 위해 자격증도 꽤 땄고, 손재주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괜찮은 직장에서 나를 뽑을 생각은 없는 듯하다. 집을 사고 싶은데 가당치도 않다. 단칸방이라도 마련하려면 빚을 내야 한다. 그 돈을 갚기 위해 쥐꼬리만 한 월급이기에 아르바이트도 뛴다. 아무리, 꾸준히 일해도 빚이 도통 줄지 않는 것 같다. 괴로운 현실이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는 한국 사회를 은유한다. 블랙코미디다. 극단적인 표현도 많고, 이상하게 받아들일 지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서 더 우리네 현실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자꾸만 너 아니면 나와 같은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며 일터 대신 고등학교를 선택한 수남. 자격증을 14개나 땄지만, 그 자격증은 아무 소용이 없다. 조그만 공장의 경리가 된 수남은 규정(이해영)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범한 행복을 바란다.

남편이 청각 장애인이지만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좋고, 헌신할 수 있다. 남편은 "아이보다는 집이 먼저"라며, 수남을 설득하고 결국 대출을 받아 집을 산다. 와중에 규정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손가락을 잃고 수남은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이일 저일 마다치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수남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평범한 행복을 위해 수남은, 현실의 우리처럼 '발악'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제목을 빌린 이 영화의 주인공도 동화에서처럼 '이상한' 한국 사회를 경험한다. 성실하게 희망을 향해 달려가지만 늪에 빠진 듯하다. 성실하면 손해 보는 우리 사회를 절묘하게 꼬집어 비틀었다. 코믹잔혹극을 표방하기 때문에 웃음이 살짝 담겼지만, 너무도 기발하게 잘 구현해낸 답답한 현실에 아픔이 더하다.
수남의 대척점인 명계남과 이준혁은 우리가 헤쳐 나아가야 할 고비로 표현된다. 섬뜩할 정도다. 하지만 수남은 맞고 쓰러져도, 억압되고 억눌려도 견딘다. 우리처럼.
과거 '꽃잎'을 통해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였던 이정현은 순수하면서도 광기 어린, 전혀 다른 표정과 말투 행동으로 수남을 완벽히 표현했다. 그의 대표작은 이제 바뀌지 않을까 싶다. 세상을 향한 복수, 이정현의 한방을 기대하시라.
한국영화아카데미 KAFA 장편과정 7기인 안국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이 영화는 "근래 읽어 본 각본 중 최고"라는 박찬욱 감독의 찬사를 받았다는데 빈말이 아니다.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1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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