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 주가 `추풍낙엽`
입력 2015-08-06 17:33  | 수정 2015-08-07 10:08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한 지난달 28일 이후 7거래일 동안 롯데그룹 주가가 폭락하면서 그룹 전체 시가총액 1조707억원이 증발했다. 경영권 분쟁 이슈로 잠깐 오름세를 타다가 본격적으로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한 이달부터 따지면 나흘간 2조2229억원의 시총이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그룹은 8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상장된 기업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8곳에 불과하다. 상장된 8개 종목 주가를 살펴보면 황제주로 불리는 롯데제과는 6일 전일 대비 6.36% 급락한 176만7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종가가 189만2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주일 새 6.61%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황제주인 롯데칠성은 이날 간신히 상승세로 반전해 전일 대비 0.44% 오른 206만6000원에 마감했지만 일주일간 따져보면 7.31% 폭락했다.
상장사 중 핵심 회사인 롯데쇼핑은 이날 장중 52주 신저가 22만원까지 추락한 끝에 전일 대비 3.06% 하락한 22만20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종가 22만9000원에서 일주일 새 3.06% 하락했다. 롯데푸드는 3거래일 하락세를 멈추고 이날 그룹주에서는 가장 높은 2.01% 상승세를 보이며 86만3000원에 마감됐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90만5000원에서 4.64% 하락한 가격이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하이마트도 이날 각각 3.43%, 4.88%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롯데손해보험은 그룹주 중 일주일간 9.34%라는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롯데하이마트도 일주일간 3.97% 하락했고 롯데케미칼도 3.77% 급락했다.
일주일 전 24조5302억원에 달했던 롯데그룹주 시총은 이날 23조45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롯데케미칼이 시총 8조6374억원에서 일주일 새 3256억원을 까먹은 것을 비롯해 롯데쇼핑 2204억원, 롯데칠성 2016억원, 롯데제과 1776억원 등으로 시총이 감소했다.

롯데그룹 상장계열사 주가는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자 잠깐 오름세를 탔다. 지난달 31일에는 시총이 25조6824억원까지 불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전근대적 그룹 경영 실태가 드러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분 현황 조사 착수,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까지 이어지자 지난 3일부터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락을 거듭하면서 4거래일 동안 2조2229억원의 시총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롯데 계열사들이 내수 중심 업종이라 국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우리나라처럼 뉴스에 민감하고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소비자가 등을 돌리면 투자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며 "경영권 행방이 묘연하다는 불확실성 자체가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큰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대한 불안감도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도 "일본의 광윤사와 롯데홀딩스에서 벌어지는 지배구조 이슈가 결국 한국의 계열사 본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염려가 향후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도 "롯데 브랜드 가치가 깎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까지 롯데면세점의 면세점 사업자 자격을 재검토하겠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며 "주가를 결정하는 요소는 실적 등 펀더멘털과 시장의 심리인데, 심리가 악화되면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만큼 후계 구도가 정리되지 않는 한 주가 조정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주가 일제히 추락하는 이유가 실적이나 배당 등과 무관한 외부 변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그룹 경영을 둘러싼 이슈와 관계없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와 촘촘한 유통망, 높은 인지도 등의 사업 경쟁력을 감안할 때 지금이 오히려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롯데푸드는 하반기부터 그룹사 유통 채널 역량에 기반을 둔 시너지를 누릴 것"이라면서 주가 상승을 점쳤다.
이런 엇갈린 전망 속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롯데쇼핑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롯데 사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지난달 28일 이후인 29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롯데쇼핑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390억원어치 주식을 매집해 아모레퍼시픽 한미사이언스 등보다 많이 담았다.
롯데쇼핑이 국내 상장 계열사 중에서는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데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주가가 워낙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롯데 상장사에서 지배구조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은 이미 주가가 기업공개 당시 시초가 42만원의 절반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의 가격대만 보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병득 기자 / 김윤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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