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제일모직 지주회사 전환 빨라질까
입력 2015-08-04 17:19 
제일모직의 지주사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 사태로 삼성그룹은 환상형 지배구조가 외부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회사 시스템으로 그룹 계열사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상형 지배구조란 A사가 B사를 거느리고 B사가 C사를, C사가 다시 A사를 소유하는 식의 대기업 지배구조를 말한다.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이끌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06%를, 삼성전자가 삼성SDI 지분 19.58%를, 삼성SDI가 삼성물산 지분 7.39%를 가지고 있다. 만약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부결시키고 삼성물산 경영권을 장악한다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경영권 또한 장담할 수 없는 구조였다.
반면 지주사 체제는 대주주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지분만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그룹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그룹 계열사가 67개나 되고 자산총액이 35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 위협 없이 그룹 전체를 경영하려면 지주사 체제가 유리하다.
양 연구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봤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다 청구돼 합병이 좌절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엘리엇 사태가 일단락됐고 미래 합병법인의 가치를 감안한다면 합병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9월 1일이 합병 기일인데 합병이 마무리되는 대로 지배구조 개편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기 때문에 제일모직 주식을 미리 매수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한 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식이 유력한 지주사 체제 전환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삼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회사'와 실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로 나뉜 뒤 투자회사와 삼성물산이 합병하는 과정은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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