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랑했었는데…” 위험한 연인들, 연애잔혹‘사(死)’
입력 2015-08-04 15:36 

사랑하는 사이였는데...”이별 통보, 말다툼 등 연인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숱한 상황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는 치정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단순 폭행을 넘어 죽음에 이를 때까지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하는 등 범죄는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40대 주부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난 5월 ‘제천 시멘트 암매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 이 모(25)씨는 1년간 사귀던 여자친구(26)의 갑작스런 이별통보에 분노해 목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충북 제천에 있는 야산에 암매장했다. 이 씨는 시신 위에 시멘트를 부어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이후 약 10일 동안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피해자의 부모에게 출근했어”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50여차례 보내는 등 범죄 후에도 태연한 행동으로 많은 이의 공분을 샀다. 유가족에 따르면 가해자 이씨는 교제 당시에도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대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한 데 앙심을 품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여친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체포됐다. 지난달 27일에는 검거된 ‘대구 유부녀 살인사건의 용의자 김 모(43)씨는 피해자를 스토킹 했던 전적이 밝혀지면서 일방적 애정공세가 비뚤어져 참극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2012~2014년) 애인 혹은 전 애인을 상대로 한 살인, 강간, 폭력 등 5대 범죄를 일으켜 검거된 사람의 수가 2만8525여명에 이른다. 올 6월까지 연인에 대한 살인 또는 살인미수 혐의로 35명, 강간이나 강제추행 혐의로 129명이 검거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연인 사이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는 데 대해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가는 현실에서 타인과의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20~30대의 경우 핵가족화와 입시경쟁 등으로 어려서부터 타인과 소통하는 환경이 부재했고 협소한 인간관계에서 연인 등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에게 집착하는 성향이 있어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이다.
이나미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40대 이상 장년층은 외적 스트레스를 받아도 직장·사회 등 분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연인 외에도 존재하지만 2030세대의 경우는 연인관계의 비중이 무엇보다 커 그만큼 분노의 표출도 비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점차 늘어나는 연인 간 치정범죄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영미권에서 실시하고 있는 ‘분노조절프로그램(Anger Management Program)을 확대해 갈등을 원만하게 풀 수 있는 사회적·개인적 노력이 뒷받침되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