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원더걸스가 밴드로?···“연주 삐걱대도 도전 후회없다”
입력 2015-08-04 15:07 

JYP엔터테인먼트 4인조 여성그룹 ‘원더걸스는 태생부터 실험이나 도전이란 단어와 친숙했다. ‘텔 미 ‘소 핫 ‘노바디 같은 노래가 국내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을 때도 팝 음악 본산인 미국 시장을 뚫겠다며 돈 되는 한국 활동을 접고 2009년 미국에 건너갔다. 그런 그들이 이번엔 ‘댄스 걸그룹이란 평타 이상의 성공이 보장된 컨셉트를 버리고 ‘밴드를 하겠다며 3년만에 컴백했다. 섹시한 보디수트를 입은 걸밴드. 국내에선 처음 시도되는 파격 실험이다.
원더걸스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정규 3집 ‘리부트(REBOOT) 쇼케이스를 열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재시동하다는 거창한 의미의 앨범 제목과 달리 연주는 안타까울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예은(26)의 키보드, 유빈(27)의 드럼, 혜림(23)의 기타, 선미(23)의 베이스 합이 맞지 않고 각각 따로 놀았다. 악기에 신경을 쓰면 보컬이, 노래를 잘하려고 하면 연주가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타이틀 ‘아이 필 유는 밴드음악이라기보다 악기를 소품으로 활용한 퍼포먼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우리는 원더걸스 도전에 주목한다. K팝의 지평을 넓히는 실험이자 그 자체로 무한한 확장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0년대 후반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경험은 해외에 나가려는 후배 뮤지션들에게 길잡이가 된 바 있다. 예은이 기자들에게 말했다.
(밴드 전향을 결정하면서)원더걸스가 춤을 안춰도 될까 하는 고민이 가장 컸어요.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와 춤이 원더걸스가 사랑받는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지금 저희더러 누가 ‘미국에 가자하면 무서울 것 같아요. 그땐 어렸고 가진걸 내려놓는 두려움이 없었으니까요. (미국 경험 덕분에)저희가 이렇게 밴드라든지 여러 도전을 하는거라고 생각해요. 한번 사는 인생인데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요.”
박진영 프로듀서가 만든 ‘아이 필 유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수록곡은 네 멤버들이 직접 노랫말을 쓰고 멜로디를 붙인 노래들이다. 적어도 녹음 결과물에 있어선 완성도가 제법 높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1년 6개월 간 매일 연습실에 살다시피하며 합주에 매진한 결과다. 날마다 멤버 한 명씩 돌아가며 연습실을 박차고 나가 눈물 쏙 빠지게 울었을 정도로 연습 강도가 셌다는 후문이다. 1980년대 전설적인 뮤지션의 노래들을 날마다 들었다고 한다.
최근 수년 간 팀 전체가 부침을 겪어온 터라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공감이 간다. 기존 멤버 선예와 소희가 탈퇴하고 해체설에 시달렸다. 이와 관련해 멤버들은 수록곡 ‘백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를 털어놨다. 3년 동안 이어진 끝없는 암흑 같은 공백 / 다들 물어봐 하긴 하는 거냐 컴백 / 고인 됐다 말해? 절이라도 해 …뭐래 짖어 입만 아파 / 내 채찍질하기도 난 바빠”
멤버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밴드를 준비했던 과정은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개개인 모두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며 대중이 낯설어 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원더걸스 3집 ‘리부트가 댄스 아이돌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한국 음악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걸그룹 전성시대를 선도해온 원더걸스에겐 그만한 의무가 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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