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기획…‘납량특집 드라마’②] 소복 귀신만으론 부족?…납량물 변천사

[MBN스타 손진아 기자] 납량특집 드라마와 귀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납량특집 드라마의 주역으로 꼽히는 귀신은 창백한 얼굴에 까만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채 한이 서린 표정으로 서 있는 섬뜩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이런 귀신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시대마다 특징이 달랐던 납량물의 변천사를 정리해봤다.

한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설부터 특정 무언가를 둘러싸고 퍼졌던 괴담을 담았던 ‘전설의 고향이 방영됐던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는 흰 소복을 입은 전형적인 귀신의 등장이 잦았다.

특히 ‘전설의 고향의 단골손님이었던 구미호의 변천사는 다양했다. 1대 구미호 한혜숙을 시작으로 김미숙, 장미희, 차화연, 선우은숙, 고소영, 송윤아, 노현희 등이 구미호로 분한 가운데, 이들은 헝클어진 긴 머리에 소복을 입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채 등장해 공포를 선사했다. 1996년 방영된 ‘호녀에서 구미호로 등장한 박상아는 얼굴 전체를 뒤덮는 마스크를 쓴 채 한층 업그레이드 된 구미호를 구현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소복 입은 귀신 등장 외에도 ‘M과 ‘거미를 통해선 미스터리한 소재를 가미해 음산한 분위기를 전달했다. ‘M은 90년대 본격적으로 의학이 발달된 점을 담아 ‘낙태라는 소재를 사용해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거미 역시 거미와 성형수술을 소재로 안방극장을 공포 분위기로 물들였었다.

2000년대에는 CG 효과가 결합된 귀신들이 등장해 신선함을 선사했다. 초능력과 공포의 만남을 중점으로 극 중 주인공이 수술 후 세 개의 인격을 가진 이야기를 다루었던 ‘RNA(2000)는 CG를 이용해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비주얼을 완성해냈다. 당시 푸르스름한 배경에 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하늘로 뻗어나가는 장면은 ‘RNA의 명장면 중 하나다.

2008년, 10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던 ‘전설의 고향에도 CG 효과가 더해졌다. 기존 분장에 집중돼 있었던 귀신보다는 CG 작업을 거친 귀신을 등장시켰고, 특히 구미호는 마스크 대신 CG나 특수 분장을 통해 얼굴 형태를 변형시켰다. 꼬리 역시 CG로 완성됐다.

구미호는 현대물에서도 등장했다. 2004년 방송됐던 KBS ‘구미호 외전에선 인간과 구미호족 간의 대결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운명적인 사랑을 담아내며 다양한 CG와 특수 효과로 판타지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2010년 방송된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선 기존에 무서운 모습을 죽이고 인간보다 더 인간 같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극대화 시킨 캐릭터를 선보였다. 극 중 구미호 역을 맡았던 신민아는 기존 구미호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산발로 푼 상태로 등장한 것과 달리 하얀 원피스에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청순함을 과시했다.

2013년 방영된 MBC ‘구가의 서에선 구미호가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이승기를 내세워 반인반수인 색다른 구미호를 탄생시켰다. 이승기는 인간에서 구미호로 변신할 때마다 초록 눈에 긴 손톱, 털로 분장하는가 하면, 의리 넘치는 구미호 캐릭터를 구축했다.

현대물과 공포가 결합되면서 공포를 입은 장르는 더욱 다양해졌고, 그만큼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섬뜩한 존재도 다채로워지게 됐다. 최근에는 뱀파이어에 멜로, 사극, 메디컬 등을 합한 퓨전장르물이 꾸준히 등장했다. KBS ‘블러드에선 혈액종양내과, 간담췌외과를 중심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뱀파이어 습성을 갖고 있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이중생활을 하는 뱀파이어를 등장시켰다.

뱀파이어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소개한 KBS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흡혈귀를 소재로 한 MBC ‘밤을 걷는 선비도 기존 으스스한 느낌의 뱀파이어 이미지를 벗어나 조금 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뱀파이어를 그려냈다. 특히 현재 방영중인 tvN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귀여운 처녀 귀신이 등장한다. 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보다는 달달함을 입은 친근한 존재로 활약하고 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