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000억원대 슈퍼개미의 조언 "저평가종목은 무조건…"
입력 2015-08-04 08:27 
손명완 세광 대표

우선 자본금과 이익을 비교해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6개월 이상 주가가 저점에서 횡보 중인 종목에만 투자하는 게 나의 투자법이다.”
‘슈퍼개미로 잘 알려진 손명완(50) 세광 대표가 설명한 자신의 투자 비법이다.
손 대표는 김봉수 카이스트 교수,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등과 함께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개인 투자자다. 손 대표가 현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종목만 16개로, 이 종목들의 지분 가치만 해도 6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는 종목을 합하면 그가 매입한 종목수는 총 60여개에 달한다. 그의 보유 주식 자산은 총 1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투자법은 아주 간단하다. 쌀 때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미 한창 오른 종목을 뒤늦게 사고 혹시나 떨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리지 말고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는 저평가 종목을 찾아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10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좋은 종목이든, 나쁜 종목이든 결국은 제가격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3만원하던 주식이 30만원까지 올라도 그 가격에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로 그는 최근 주식 시장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동원시스템즈의 주식을 몇년 전 매입했던 적이 있다. 당시 동원시스템즈의 자본금은 1200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100억원에서 200억원 수준으로 결코 작지 않았다. 당시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1만원대. 그는 1년 반을 기다려 그 주식을 3만원에 매도했다.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최근 13만원까지 갔지만, 그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 가격이면 고평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격이 떨어질 데로 떨어진 종목을 사놓고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투자를 하기 때문에 그에게는 손절매라는 개념도 없다. 처음부터 손절매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들만 매수하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주식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종목을 추천하면서 꼭 얼마까지 주가가 빠지면 그 종목을 팔라고 한다”라며 그런 종목들을 사면 초조해서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주변에서 종목 추천을 해달라고 할 때도 보유 주식을 팔고 그 종목으로 갈아타겠다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말린다”고 말했다.
확신이 있을 때는 빚을 내는 투자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2007년에 LED 관련주인 필룩스 주식을 매입한 적이 있다. 당시 주당 1000원에 50만주, 총 5억원 어치를 샀다. 당시 손 대표의 자기 자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억8000만원 수준. 나머지는 그가 주식 담보 대출로 마련한 자금이었다. 역시나 7개월 뒤 그 주식은 투자 시점보다 3배 넘게 오른 3800원이 됐다.
그도 주식에서 여러번 실패를 맛 봤다. 그는 대구 섬유공장에서 경리일을 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외환위기 직후 주식에 처음 발을 담궜다. 하지만 2억5000만원이던 투자금은 1년 반만에 2500만원이 됐다.
그때는 장이 너무 좋아서 주식을 들고만 있으면 돈을 다 벌었다. 하지만 주가가 떨어진다고 팔고, 안 오르니까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려고 팔고 하다보니 손실이 계속 쌓였다. 지금 주식 투자를 하는 다른 개인들도 당시 내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동안 주식을 끊었던 그는 2004년 무역 사업으로 번 돈 5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한다. IT 붐이 일었던 당시에도 그는 50%의 손실을 냈다. 주식을 그만 둬야 겠다고 생각하고 에이디칩스라는 한 종목만 빼고 다 팔았는데 2500원이던 그 종목이 1만2000원까지 오르는 것을 보고 투자방식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6개월 이상 횡보하는 저평가 주식들, 업종 내에서도 유달리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저평가 종목들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그때부터 갖게 됐다.
그가 다른 개인 투자자들과 다른 점이 또 하나가 있다면 주주로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그는 연초 자신이 지분 10% 가량을 보유한 영화금속 주주총회에서 배당확대, 황금낙하산제 폐지 등을 제안해 이를 가결시켰다. 하지만 지난 6월말 동원금속 주주총회에서는 신주인수권 취득 후 소각, 자산재평가 등을 요구했다가 결국 표싸움 끝에 해당 안건은 부결됐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지만 현실에서 주주의 생각을 경영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는 3%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되면 주주가 회사에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지만 강제성이 없어 회사가 거부하면 그만”이라며 동원금속의 주주총회 이후 지분을 더 늘려 이제 최대주주와 지분율이 10%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면 지분을 더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만 14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냈다는 그는 올 하반기 증시에 대해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었던 제약주가 이미 오를 데로 올라 앞으로 상승할 가능성보다는 하락할 가능성이 더 많고 그렇게 되면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손 대표는 금리 인하 이후에 단기 수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데 이들이 올라갈 종목이 아니라 내려갈 종목에 더 많이 베팅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서 특히 제약주가 빠지면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도 지난 6월경이 고점이라고 생각하고 지분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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