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인타운에서 교민을 상대로 계를 만든 후 곗돈을 가로채 국내로 도주한 50대 여성이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경찰에게 검거됐다.
3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멕시코시티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하며 5개의 낙찰계를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하다가 곗돈을 떼어 국내입국을 시도한 최 모씨(55·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멕시코시티 교민 28명에게 총 13억여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가족과 함께 취업비자로 멕시코로 건너간 최씨는 교민들에게 돈을 빌려 2010년부터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했다. 식당은 현지 여행가이드에 맛집으로 실리는 등 장사가 잘 됐다. 그러나 남편의 사업 부도와 가게를 열면서 빌린 사채 등으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최씨는 낙찰계를 조직하기로 했다.
낙찰계는 순번대로 곗돈을 받는 ‘번호계와 달리 계원들 가운데 매월 자신이 지불할 이자를 가장 높게 적어내거나 가장 적게 돈을 받겠다고 쓴 사람이 먼저 돈을 타는 구조다. 최씨의 낙찰계는 1억6000만원에 대해 가장 낮은 이자를 적어내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식으로 운영됐다.
최씨는 낙찰계주가 가장 먼저 목돈을 받고 이자도 내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일단 목돈을 타낸 후 한 두 달 간격으로 5개의 낙찰계를 차례로 만들어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했다. 유명 식당 사장이라는 점 때문에 주변 교민들은 매달 500여만원의 곗돈을 별다른 의심 없이 최씨에게 냈다.
그러나 최씨는 결국 채무를 줄이는데 실패했고, 그가 진 빚은 3억여원(420만 페소)에 달했다.
곗돈을 타서 도망가기로 마음먹은 최씨는 다섯 번째 낙찰계를 만들어 지난 7월 16일 곗돈 1억2000여만원(165만 페소)를 받아 챙겼다. 이중 8000여만원은 개인 채무를 갚는데 썼고 나머지 4000여만원은 본인과 가족들이 나눠 갖고 지난달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몰래 입국을 시도했다. 그러나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최씨가 직접 가로챈 곗돈 1억2000만원을 포함, 계를 부실 운영하면서 정상적으로 계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돈을 합치면 전체 피해금액은 13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은 멕시코 현지 경찰 주재관을 통해 교민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자들에게 고소장과 진술서를 확보한 뒤 최씨의 귀국 일정을 알아내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에게 압수한 낙찰계 장부와 회원명부 등을 통해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해외 교민을 상대로 계를 조직한 뒤 곗돈을 떼어먹고 갑자기 잠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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