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에서 돈이 많이 드는 대형 스포츠 시설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 이바라키 현의 쓰쿠바시는 305억엔(약 2865억원)을 들여 종합운동공원을 세우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일 실행된 주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80%로 찬성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에 이치하라 켄이치 쓰쿠바 시장은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쓰쿠바시는 2024년까지 쓰쿠바역 인근에 45.6헥타르(㏊)에 달하는 대규모 종합운동공원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원에는 1만5000석 규모의 육상 경기장과 체육관 등 11개 스포츠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이 같은 대규모 시설은 부정적인 유산이 될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요청했다. 이들은 시의 재정 규모가 연간 700억엔인 것에 비해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최근 2020년 도쿄올림픽 경기장 설계가 전면 폐기되자 올림픽경기장 다음은 쓰쿠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경기장은 2520억엔에 달하는 막대한 건설 비용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점으로 돌아간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일부 시설을 포기하고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이치하라 시장도 가장 문제로 지적된 사업비 규모를 축소하겠다며 공원 건설 자체에 찬성한다면 찬성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민단체의 의견에 공감하며 압도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치하라 시장은 투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할 줄은 몰랐다”며 이번 결과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계획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조례에 따라 시장과 시 의회는 투표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시장이 톱다운 방식으로 무리하게 진행하는 일에 주민들이 ‘노(NO)를 표시한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참여 아래 시설을 근본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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