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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품은 정근우, 패배에도 몸 던진 투혼
입력 2015-08-01 22:33 
한화 이글스 내야수 정근우의 아쉬운 표정.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전날(31일) 1회 교체의 수모를 만회하기 위한 무력시위였을까. 한화 이글스의 베테랑 내야수 정근우(33)가 잔뜩 독기를 품었다.
경기 초반부터 몸을 던졌다. 수비에서는 슈퍼캐치가 나왔고, 찬스에서 아쉬운 타구가 나오자 자신의 헬멧도 집어던졌다. 강한 승부욕이 눈에 서려 있었다. 공·수·주에서 모두 선보인 정근우의 투혼은 치열한 승부 끝 패배에도 가려질 수 없었다.
정근우는 1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펼치며 5타수 3안타 1볼넷 1도루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이 역전의 역전을 거듭한 끝에 8-9로 석패하며 정근우의 투혼도 아쉽게 빛이 바랬다.
정근우는 이날 경기 시작부터 불타는 의지로 중무장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근우는 전날 대전 KIA전에서 5번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정근우는 단 한 타석도 소화하지 못한 채 1회초 수비 교체로 라인업에서 빠졌다. 부상도 아니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1회초 2사 후 정근우의 무성의한 수비에 대한 질책성 교체로 정근우를 빼고 권용관을 대수비로 투입시켰다. 이날 한화는 4-12로 완패했다. 정근우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정근우는 다음날 3번 2루수로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회말 첫 타석부터 매서운 타격을 보였다. 1사 1루서 KIA 선발 스틴슨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1, 3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어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아 3-0 리드를 잡는데 기여했다.
2회초 수비는 압권이었다. 무사 1루서 김호령의 빗맞은 타구가 1-2루 뒤로 흘렀다. 우전 안타성 타구였다. 정근우는 끝까지 쫓아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해 글러브 끝으로 타구를 낚아챘다. 환상적인 슈퍼캐치였다. 정근우의 집중력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1루에 정확한 송구까지 해 더블아웃까지 완성시켰다. 전날 질책성 수비 교체에 대한 무언의 항변이었다.

2회말 멀티히트를 작성한 정근우는 5-6으로 추격한 3회말 2사 만루 찬스서 아쉬운 분노로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초구를 노린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정면으로 향한 것. 1루 베이스를 돌던 정근우는 그 자리에서 헬멧을 집어던지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정근우는 7-9로 재역전을 당한 5회말에도 또 몸을 던졌다. 1사 후 볼넷을 골라내 출루한 정근우는 김태균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몸을 아끼지 않은 과감한 헤드퍼스트 도루로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정근우의 투혼에도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뤄지진 않았다.
정근우는 7-9로 패색이 짙은 9회말 2사 1루서 KIA 마무리 투수 윤석민을 상대로 세 번째 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열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이었다. 이어 김태균이 정근우가 살린 2사 1, 2루 기회를 이으며 적시타를 때려내 8-9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성열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나 극적인 역전은 실패했다.
비록 이날 한화는 졌지만, 정근우의 투혼은 시즌 18번째 매진 사례를 이룬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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