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범인은 찜통더위?…`홧김범죄` 속출
입력 2015-07-29 19:02 
#. "왜 강아지에게 목줄을 안 걸고 다니는 거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8일 밤. 서울 노원구 한 시민공원에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목줄도 없이 공원을 산책하던 강아지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화가 난 시민 A씨(67)가 강아지 주인 B씨(48)를 향해 폭언을 퍼붓기 시작했다. "너 몇 살이야. 가만 안 놔둘 거야"라며 협박조로 B씨를 다그치자 결국 경찰이 출동했고 도를 넘은 홧김 폭언에 A씨는 형사입건됐다.

#. 폭염특보가 발효됐던 지난 27일 울산광역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폭행 시비가 불거졌다. 술을 마신 C씨가 "왜 밤늦게까지 떠느는 거냐"며 이웃집 D씨를 찾아가 급기야 폭력을 행사했고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싸움이 진정됐다. C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날도 덥고 술도 한잔 마셔서 홧김에 주먹을 휘두른 것 같다"며 뒤늦게 한숨을 내쉬었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폭행과 기물파손 등 이른바 '홧김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와 함께 몰카(몰래카메라)족·좀도둑·인터넷 사기 등 여름 휴가철에 집중 출몰하는 이른바 '바캉스 범죄'가 활개를 치고 있어 경찰의 여름 치안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울산광역시는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감정조절을 하지 못해 저지르는 생활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다가구주택에 사는 이웃끼리 소음 문제로 다투는가 하면 회사 업무 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력을 행사하고, 운전 중 신호위반 문제로 다투다 경찰 신세를 지는 것 등이다. 실제 무더위가 시작된 이달 들어 울산지방경찰청 112 신고 건수는 3만4000여 건으로 월 평균 3만2000여 건보다 2000건 이상 늘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지난 28일 밤에는 울산 남구 장생포항 고래바다여행선 안에서 텔레비전 등 기물을 파손한 러시아 선원 S씨(27) 등 외국인이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울산 온산항에 정박하고 있던 네덜란드 국적 5000t급 화물선 선원들로 시내에서 술을 마신 뒤 택시기사가 온산항이 아닌 장생포항에 잘못 내려주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불쾌지수가 지난 26~28일 대부분 사람이 불쾌감을 느낀다는 '80' 이상을 기록하고, 낮 최고기온이 연일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만큼 덥다는 뜻의 '울프리카(울산+아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시민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무더위 홧김 범죄와 함께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지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몰카족 등 '바캉스 범죄족'도 치안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무더위와 여름 휴가철은 대표적인 바캉스 범죄족인 좀도둑들에게도 최적의 활동 기간이다.

덥다고 문을 열어놓은 집이나 휴가철에 국내외 피서지로 떠난 빈집들이 이들의 '먹잇감'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호텔·리조트 숙박권 거래를 가장한 바캉스 사기족이 판을 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유명 포털 중고거래 사이트에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유명 호텔 숙박권을 판매한다고 속이고 송금액을 편취해 달아난 사기범을 추적 중이다.

경찰청은 바캉스 시즌을 악용한 인터넷 의심 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전국 주요 피서지에 '여름경찰관소' 94곳을 두고 피서지 여성을 상대로 한 몰카 범죄에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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