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반기 22만가구 쏟아냈더니 지방 미분양 30% 늘었다
입력 2015-07-29 17:15 

주택시장 단 하나의 불안 요인을 꼽으라고 한다면 초과 공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물량이 급증했다. 2017년말~2018년초 입주시점에 문제가 터질 수 있다”(서종대 한국감정원장)
금리인상, 중국 경제 불안, 그 밖의 대외 변수로 하반기 분양시장 열기는 상반기보다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시장 물량도 상반기 밀어내기 분양이 많아 하반기에는 감소할 것이다.”(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가구선을 다시 넘어섰다. 5월보다 20%나 급증했다. 특히 지방이 문제다. 수도권은 10%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지방 미분양은 한 달 사이에 30%가 늘었다. 시장에서는 미분양으로 인한 주택시장 위기가 지방에서 먼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지방 분양시장은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충남과 강원도의 경우 공급 과잉이 우려돼 ‘묻지마 청약이나 과도한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분양 급증에 대해 정책 당국은 물론 시장에서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 청약 시장은 지난 2006년 판교신도 청약 이후 사상 최고인 1순위 평균 9.4대 1의 경쟁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부산과 위례신도시 등에서는 수 만 명이 청약통장을 꺼내 들기도 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세난에 지친 서민과 주택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30대 에코세대(베이비붐 자녀세대) 등장 등 영향으로 분양시장 열기는 식을 줄 몰랐던 터다.
급작스런 미분양 증가의 주범으로 공급 폭증이 꼽히고 있다. 뜨거워진 분양 열기를 타고 건설사들은 상반기에만 사상 최대 수준인 21만7796가구를 쏟아냈다. 지난해 상반기 분양물량(14만6953가구)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한 민간 건설사 관계자는 물량은 물량대로 풀고 땅도 앞다투어 매입했다”며 주택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경우 거액을 주고 확보한 땅이 건설사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건설사 땅 확보 전쟁이 도를 넘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이 서울 강남구 개포8단지 토지와 건물을 1조1908억원에 확보하자 ‘승자의 저주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태다.
시장 관심의 초점은 미분양 주택 증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인지 여부다. 전망에 따라 하반기 청약통장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라면 청약을 해야 할지, 한다면 어떤 단지에 해야 할지, 당첨 된다면 계약금을 내야 할지 등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과 위례·삼송·마곡 등 수도권 택지지구 물량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미분양 우려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역시 문제는 지방이다. 충남·강원·전북 등은 위험 수위라는 지적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달 말 미분양 주택은 3373가구로 주택 시장 경기가 한창 안 좋았던 2010년 말 미분양(3837가구)에 근접했다. 물량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충남 천안과 아산 등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건설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정부가 비록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1년 연장하기로 해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줬지만 시장이 물량 부담을 이기지 못 할 경우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가계대출 위기가 폭발하는 것을 막으려 원리금 동시상환 쪽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아 부동산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주택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대책으로 내년 이후 분양시장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풀어야 하는데 미분양이 누적되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 2009년과 같은 대란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아직 강하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전체적인 수급 상황을 고려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보수적으로 전망한다”며 미분양이 늘면 건설사들이 분양전환이 가능한 임대주택 공급 비중을 늘려 전·월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6월 미분양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크게 늘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위기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물량을 조절해야 할 긴박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민간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공급 조절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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