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줄어들던 미분양이 지난 6월말에 3만 가구 선을 넘으면서 한동안 잊혀졌던 미분양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이후 분양시장이 뜨거워져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섰던 주택시장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최근 미분양 증가는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예상치 못한 급작스런 변화여서 시장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토교통부는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5월 2만8142가구에 비해 5926가구 늘어난 3만4068가구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한 달 사이에 미분양 물량이 20%나 급증한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달 3848가구 미분양이 해소됐지만 새로 미분양 주택 9774가구 발생해 전체적으로 6000가구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미분양 급증은 분양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에 국내외 금리인상 변수까지 맞물려 있어 주택시장을 급랭시킬 것이란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일각에서는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분양하고 보자는 건설사들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주택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올들어서는 분양이 크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 4월말에는 2009년 이후 최저치인 2만8093가구까지 떨어졌다. 그러던게 5월에 49가구 늘어나면서 미분양 감소세가 주춤하는가 싶더니 6월에 큰 폭으로 늘어나며 급반전한 셈이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공급이 많이 증가하면서 미분양도 덩달아 늘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내기 분양 등 공급이 집중되면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도한 공급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 보다 지방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1만6094가구로 5월보다 1662가구 늘었지만 지방은 1만7974가구로 5월과 비교해 4264가구 증가했다. 규모별로는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은 소폭 감소한 반면 85㎡ 이하 중소형 미분양은 6615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사들이 중소형 아파트 공급에 치중하면서 중대형 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란 풀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달 사이에 미분양 주택이 20%나 급증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인위적인 수급 조절에 나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9년 3월 16만5599가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분양 통계는 주택시장 위기 징후를 감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문지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