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친형제지만 성격은 정반대’···롯데그룹 두 왕자는 서로 달랐다
입력 2015-07-29 16:55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은 한 살 차이인데다 젊은 시절 경력도 매우 유사하지만 이번 ‘형제의 난까지 드러난 두 사람의 행보는 완전히 달랐다.
두 사람은 신 총괄회장의 4남매 중 두 번째 부인인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친형제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첫 번째 부인인 고 노순화 여사와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차녀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은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 소생이다.
신 총괄회장의 두 아들 모두는 롯데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며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1978년 미쓰비시상사에 평사원으로 들어가 10년을 근무했다. 이후 일본 롯데상사 미국 지사장을 거쳐 2009년 롯데홀딩스 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다. 차남인 신 회장도 형과 같은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를 마친 후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나 비슷한 길을 걸어왔음에도 두 사람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신 전 부회장은 성격이 비교적 차분하고 신중한 반면 신 회장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적극적으로 밑어붙이는 과감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경영성과에도 영향을 미쳐 신 회장은 2004년 한국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롯데쇼핑 상장은 물론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이 맡은 일본 롯데는 한국보다 일찍 출범했음에도 계열사수는 물론 각종 지표에서 한국 롯데에 크게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번 ‘형제의 난으로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 사장은 지난 3월 열린 제2롯데월드 100층 돌파 기념식에 신 회장과 나란히 참석하는 등 동반 행보를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일련의 사태 때는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면서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 함께 일본으로 떠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행을 결정한 데에는 신 사장의 설득에 주효했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와 사별한데다 사업을 하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신 사장을 각별히 아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사장도 평소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살뜰히 챙긴다고 한다.
신 사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 편에 선 데에는 평소 신 회장보단 신 전 부회장과 보다 가까웠던 데다 후계구도에서 소외된 데 대한 두 사람의 공감대 때문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1997년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을 맡으며 롯데백화점을 국내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주역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본격적인 한국 롯데 경영을 맡으면서 차츰 경영일선에서 밀려나 현재는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 사장의 자녀 중에선 차녀인 장선윤씨만이 호텔롯데 해외사업 개발담당 상무로 재직하고 있다.
신 사장이 최근 몇 년간 롯데시네마 내 매점사업을 하는 시네마통상의 지분을 늘리고 자녀들과 함께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과 명품 수입업체인 ‘비엔에프통상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후계구도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밀려난 신 사장이 일종의 ‘독립 준비를 해온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사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모시고 일본으로 간 것으로 알려진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한때 실세로 불렸으나 지금은 한직으로 밀려나 있다”라며 등극 직전인 신동빈 회장에 대해 나머지 친족 전체가 반발하고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 내에선 신 사장의 일본행이 신동빈 회장과 각을 세우기 위한 목적은 아닐 거라는 희망섞인 추측도 나온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사장은 국내 주요 일정 뿐 아니라 베트남의 롯데센터 하노이 오픈 때도 신 회장과 동행했다”며 신 회장도 누나에 대한 예우를 다 하고 있고 신 사장 역시 동생과 스스럼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 장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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