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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정우 "매력적인 하와이 피스톨…실제 이름은 촌스러웠죠"
입력 2015-07-29 11:18 
영화 '암살', 청부살인업자 役

"이름에서 낭만과 여유가 풍기지 않나요?"

"독립군 이야기에 뭉클, 감동도 있더라고요"

"3번째 연출작, 출연은 불가능할 듯"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하정우(37)는 다시 기회가 와도 영화 '암살'의 낭만파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을 택하겠다며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했다.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의 활약이 중심이고, 영화가 시작한 뒤 20분이 지나야 나오기에 서운할 줄 알았더니 아니다. 이정재가 연기한 염석진 대장도 노려볼 법한데, 오로지 '하와이 피스톨'이 좋단다.
"이름에서 낭만과 여유가 풍기지 않나요? 로맨스도 거의 없는데 전지현씨가 연기한 안옥윤과 로맨스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잖아요. 극 중 20분이나 지나고 나오는데 거기서 반은 먹고 들어간 것 같아요. 이름 덕을 본 게 아닌가 해요. 하하."
하긴 '암살' 관련 댓글에 '하정우 멋지다'와 '반했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그는 비중이나 역할에 대해서 "쿨한 편"이라며 "내가 끌고 가는 영화가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이 영화는 신비스러운 맛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하정우는 콤비로 나오는 오달수와의 호흡에도 만족한다. "달수 형이 분위기를 잡아주는 뭔가가 있어요. 코미디 연기를 안 해도, 굳이 설정하지 않아도 그는 사람들을 무장해제 시켜요. 하와이 피스톨이 달수 형 때문에 도움받은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첫 호흡인데 고향 형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죠. 또 달수 형은 하늘에서 내려준 '천만(관객 동원) 요정'이잖아요. 왠지 친근하고 느낌 좋으며 신뢰 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웃음)"
그는 하와이 피스톨의 진짜 이름에 대한 깜짝 놀랄 에피소드도 전했다. "사실 극 중 이름이 뭔가 있었어요.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상당히 촌스럽다고 해야 할 이름이었죠. 그런데 무게 잡고 나타났는데 본명을 대며 '사실 나 누구누구야' 하면 정말 이상했을 것 같아요. 하하."
하와이 피스톨 콤비는 영화가 립군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는가 싶어, 동떨어져 보였는데 어느새 극의 중심인물로 활약한다. 나라를 위해 싸우는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에 동화되면서 바뀐다.
"처음에는 귀찮은 듯, 나른하게 보이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지점에 와서는 변해야 했죠. 그 지점 후로는 눈에 힘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하와이 피스톨은 옥윤하고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청부살인 의뢰를 받았으나 그녀를 죽이지 않고 도움을 주는 계기도 연민이 있었다고 봤죠. 옥윤을 향한 마음은 아마도 사랑보다는 연민이 컸을 거예요. 입이 아닌 눈에 한 키스만 봐도 그렇고요."
하정우는 '암살'이 공개되기 전까지 본인의 캐릭터에만 빠져 있었다.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영화를 본 뒤 그는 최 감독에게 "이 영화 감동도 있네요?"라는 말을 건네야 했다. 감탄했다. "그 시대를 연기하는 것도 힘든데 당시를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했죠. 전 에필로그 신도 좋았는데 '그때 그 사람들은 진심으로 해방을 원했겠구나!'라는 감정을 새삼 마주한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뭔가를 생각하고 느꼈던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가대표'와 '베를린', '테러라이브'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부분 사랑을 받은 하정우. 하지만 '1000만 배우' 타이틀은 얻지 못했다. 은근히 욕심이 나긴 한다. "제게도 1000만 영화가 생기면 좋겠죠. 일종의 상징 같은 거잖아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웃음) 언젠가 그런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저는 지금까지도 감사하고 만족하고 있지만요."
영화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연출한 감독이기도 한 그이니, 최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예전에는 오롯이 배우로만 느끼고 참여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찍는지를 보고 고민에 동참하게 된다. 최 감독님은 영화 동아리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며 "열정적이고 애정이 많더라. 나는 연출을 할 때 머리로만 생각했지, 감독님처럼 가슴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반성했다. '허삼관' 메가폰을 잡고 출연까지 했던 그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건 힘들다"며 다음 연출작에서는 "배우로 출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하정우는 향후 3년간 해야 할 출연작과 연출작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기대작은 완전한 악역으로 변신하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다. 하정우는 "완전 나쁜 놈"이라면서도 더는 말을 아꼈다. 박찬욱과 하정우 조합이라니, '암살'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빨리 다음 작품이 보고 싶을 정도다.
"제가 욕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요? 연출자로서 '롤러코스터'를 열정으로 시작했다면, 이후 '허삼관'을 찍으면서 어떤 것을 채워나가고 쌓아야 한다는 게 뚜렷해진 것 같아요. 감독으로 두 편의 영화에 참여하다 보니 배우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감독을 도와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조만간 휴가를 내 다음 작품 감독님과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거든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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