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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걸밴드’ 원더걸스와 수영복
입력 2015-07-28 12:07  | 수정 2015-07-28 12:1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4인 걸밴드로 돌아오는 원더걸스(유빈·예은·선미·혜림)에 대한 음악 팬들의 기대가 높다. 비록 원더걸스의 '대표 얼굴' 소희와 '메인 보컬' 선예가 빠졌지만 단순히 댄스 퍼포먼스 그룹이 아닌, 라이브 연주가 가능한 밴드로의 변신이 놀랍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 속 멤버들은 수준급 악기 연주 실력을 뽐냈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앨범 수록곡 전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고도 한다. '확실히' 그들의 음악적 성장 혹은 진화라 칭찬할 만하다.
원더걸스는 앨범 발매 당일인 8월 3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8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모든 무대는 라이브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원더걸스라지만, 아직은 반신반의하고 있는 일부 음악 기자들의 생각을 모를 리 없는 JYP의 자신감이 엿보인 대목이다.
다만 수영복을 입은 채 기타를 다리 사이에 낀 원더걸스(물론 실제 무대 의상은 이와 다르다)를 향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록 가슴 한켠 스며드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가 언제 이토록 걸밴드에 관심을 나타낸 적이 있던가 스스로 물었을 때다.
홍대신에서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걸밴드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스윙즈, 와인홀비너스, 스윗 리벤지(Sweet revenge), 러버 더키(Rubber Duckie), 니아(NIA), 타픽 등이 있다. 씨엔블루·FT아일랜드 소속사에서 내놓은 AOA는 걸밴드로 데뷔했으나 결국 최소한 수익을 담보한 걸그룹 색깔을 내고서야 인기를 끌었다.
이들 모두 밴드로서의 기본인 작사·작곡 능력과 악기 연주 실력을 갖췄다. 웬만한 남성 밴드 못지않다. 특히 KBS2 ‘톱밴드 시즌2에 얼굴을 내비쳤던 스윙즈는 3차 예선까지 올랐다. 660팀 가운데 49강이었다. 다소 부족한 경험과 긴장 탓에 중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으나 심사위원 신대철과 김도균으로부터 떨어지기 아까운 밴드”라는 칭찬을 받았다.
그럼에도 스윙즈는 과거 기자와 만나 "사람들의 선입견을 바꾸기는 아직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걸(Girl) 밴드에 대한 대중의 편견 때문이다. 걸밴드가 무대에 오르면 대부분 사람은 ‘너희가 해 봐야 얼마나 잘하겠어라는 생각부터 머릿속에 떠올린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어? 좀 하네 식의 반응이 돌아온다. 스윙즈는 남성 밴드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연습했다. 인정받지 못하는 서운함보다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이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대 매너나 음악적 역량이 아닌 성적 매력이 얼마 만큼 있느냐로 먼저 평가된다는 현실에 있다. 아마도 '걸밴드' 원더걸스가 음악을 들려주기 전, 수영복을 입을 수밖에 없던 이유일 테다.
윤정주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소장은 선정적인 콘셉트를 내세워 돈을 벌려는 몇몇 기획사와 그를 쫓는 대중·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음악적 실력보다 성적 매력을 부각하는 기획사와 이를 자극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미디어가 여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가볍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런어웨이즈(Runaways)라는 1970년대 후반 미국 록 음악계의 견고한 남성 카르텔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10대 걸밴드가 있었다. 이들은 당시 여성의 자유와 해방, 저항 정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기성 음반 제작자들은 런어웨이즈의 저항 의식을 철저히 상업화했다. 결국 이들은 자신 스스로 무대에서 옷을 벗는 등 성적 상품화되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약 3년간의 활동기 동안 런어웨이즈는 해방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해방될 수 없었던 역설을 노래했다. 그들은 결코 자유롭지 않았던 셈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음악계는 어떠할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밴드 음악은 여전히 남자들의 전유물이자 미디어 노출이 어려운 장르다. 반주음만 틀면 되는 발라드·댄스 가수와 달리 악기 세팅과 음향에 신경을 써야하는 밴드 음악 특성상 방송 미디어가 꺼리는 비효율적 무대로 여겨진다. 어떠한 식으로든 국내 대중음악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원더걸스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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