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기획…‘원캐스팅’②] 왜 공연계는 ‘멀티캐스팅’을 선택했을까
입력 2015-07-27 13:41 
[MBN스타 금빛나 기자] 국내 뮤지컬 시장이 멀티캐스팅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물과는 달리 연극과 뮤지컬과 같은 무대는 직접 살아 움직이면서 관객들과 마주한다. 일명 ‘라이브가 생명인 공연의 특성상 배우의 컨디션이나 성향 등에 따라 그 날의 무대 위의 풍경이 달라지고, 아무리 같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배우마다 해석과 연기를 달라지는 만큼 멀티캐스팅은 작품의 재관람의 비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공연의 특성은 ‘회전문 관객을 낳는데 큰 역할을 한다. 회전문 관객이란 한 작품을 캐스팅 배우별로 반복해서 보는 관객을 일컫는 말이다. 공연계에서 회전문 관객의 파워는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데 이는 해당 공연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한 번 회전문을 돌기 시작하는 순간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전 캐 찍기(모든 캐스팅을 다 관람하기)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평소 뮤지컬을 즐겨 본다고 밝힌 A씨는 멀티캐스팅 문화에 대해 요즘 같은 시대, 원캐스팅이 최선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뮤지컬 관람자의 입장에서는 특정 배우에 대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을 배려한다면 굳이 원캐스팅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내가 기억하기로는 과거 어떤 작품은 원캐스팅을 고집하다가 펑크가 났던 적도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생각하면 원캐스팅은 위험요소가 많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돌발 상황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제작사들이 멀티캐스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2011년 1월 뮤지컬 ‘아이다의 공연을 준비하던 옥주현은 저녁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으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돌발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문제는 당시 ‘아이다가 원캐스팅이었는데, 대체 배우가 없다보니 궁여지책으로 해당 날짜 공연을 취소하면서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

겹치기 출연 또한 멀티캐스팅을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바쁜 방송 스케줄에 뮤지컬 무대까지 소화하는 스타들 뿐 아니라, 전문 뮤지컬 배우들 또한 한 작품에만 출연하지 않고, 같은 시기 두 작품 이상 겹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가장 최근 사례 중 뮤지컬 ‘팬텀(~7월26일까지 공연)에서 열연 중인 카이와 임혜영은 ‘아리랑(7월11일 개막)의 무대에 같이 오르고 있다. 이 같은 스케줄이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멀티캐스팅에 있었다. 팬텀에서 임혜영이 맡은 크리스틴 다에 역에는 언더스터디(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역 배우)까지 포함해 무려 4명의 배우가 캐스팅 됐으며, 카이가 맡은 팬텀 역에는 3명의 배우가 캐스팅 됐다. 물론 ‘아리랑에서도 임혜영이 맡은 송수국과 카이가 연기하게 된 양치성 모두 더블로 캐스팅이 된 상황이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배우들의 스케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명의 캐스팅이 필요불가하게 됐다”며 배우들이 한 작품에만 집중하기 어려워졌으며, 제작사들은 원캐스팅으로 모든 공연을 이끌어 나가기에 감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원캐스팅이 힘든 공연계 풍토도 멀티캐스팅을 부르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지난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자신만만하게 원캐스팅을 앞세워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6개월 장기공연에서 1인1역의 원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었지만, 이는 얼마 가지 않아 스스로가 원칙을 깨고 말았다.

높은 인기를 자랑했던 김무열을 앞세운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었지만, 이후 김무열은 드라마 스케줄로 인해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결국 김무열의 언터스터디였던 주원이 남은 공연을 이끌어나갔다. 김무열 뿐 아니라 주요 배역이었던 송영창도 원캐스팅에서 언더스터디 배우인 장재호와 번갈아가며 무대에 서게 됐다. 연극 ‘웃음의 대학에 동시 출연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시 많은 이들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흥행이 기대치에 못 미친 점을 비롯해 작품이 아닌 배우에게 집중하는 관객들의 취향, 한 작품에 올인 하지 않는 배우들의 풍토 등이 작용했다고 진단했었다.

그렇다면 멀티캐스팅이 모두 옳은 것일까. 이 같은 질문에 뮤지컬 관계자는 캐스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연습을 맞추기가 힘들다. 과거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했던 한 뮤지컬은 연습 분위기가 그리 좋지 못했다. 맞춰야 할 것은 많은데 바쁜 스케줄로 연습량이 뒷받침되지 못하다 보니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멀티캐스팅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익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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