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고한다! 日 엔저”
입력 2015-07-24 14:44 

미국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 엔저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요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이 지나치게 엔화 절하에 의존한 채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부족해 무역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엔저 브레이크 압박이 커지고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그간 일본 국채를 사모았던 글로벌 투자자들은 최근 일본 국채를 대거 내다팔고 있다.
IMF는 23일(현지시간) 일본과 연례협의를 가진뒤 올해와 내년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각각 달러당 120엔 119.2엔으로 제시했다. ‘엔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IMF 집계 기준 엔·달러 평균 환율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79.8엔을 기록했지만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97.6엔과 105.7엔으로 급상승했다.
IMF는 엔저 위험성도 경고했다. IMF는 이날 보고서에서 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역으로 수입이 위축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 구조개혁 없는 추가 양적완화는 국내 수요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경제가) 엔화 가치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가치 하락에 따라 일본 기업들만 이득을 보는 동시에 엔저에 기댄 경기부양이 끝날 때 일본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다.

지난 1985년 일본이 엔저를 무기로 ‘나홀로 무역흑자를 누리자 G7 경제장관들은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를 달러당 250엔에서 125엔까지 절상시킨 전력이 있다. 당시 일본 경제는 엔고로 인해 무역흑자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긴 경기침체 늪으로 빠져들었다.
양적완화와 엔저를 앞세운 아베노믹스 효과로 일본 경제는 올들어 회복세로 돌아섰다. 반면 자국 통화 강세로 무역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미국 상원은 지난 5월 미국 상원이 환율을 조작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엔저를 등에 입은 일본과 가격덤핑으로 미국에 무역적자를 쌓게 만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도 최근 의회에 전달한 교역국 환율 정책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일본의 경기 회복 및 디플레이션 타개 노력도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부정적 여파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 엔저 유도를 중지하라는 압박이다.
뉴욕 연준은 엔화약세로 미 달러가치가 15% 절상되면 미국 GDP의 0.6%를 격감시킬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엔화가치 추가약세를 용인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국제사회 압박이 거세지면서 연내 추가 양적완화를 계획하던 일본도 뒷걸음질 치는 모양세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1일 태국 방콕에서 강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목표한 물가상승률 2%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가 양적완화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본 국채를 그간 사모았던 글로벌 큰손들은 일본 국채시장을 줄줄이 떠나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와 엔저 가능성이 낮아지면 국채 금리가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예상때문이다. 일본증권거래인협회(JSDA) 최신 집계에 의하면 외국 펀드는 지난달 순규모 2844억 엔(약 2조 7000억원)의 초장기 일본 국채를 매각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SMBC 닛코 증권의 다케야마 소우이치 금리 전략가는 일본 국채에 대한 외국 투자가 지난 몇 달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미국과 유럽 국채 금리가 상승해 일본 국채 매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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