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보험, 빛바랜 비과세 재테크통장 ISA
입력 2015-07-23 17:26  | 수정 2015-07-23 19:47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능 바구니 통장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Individual Savings Account)에 보험상품은 담을 수 없게 됐다. 당초 정부는 예·적금, 펀드와 더불어 보험상품도 ISA에 담아 종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자 했으나 보험업계의 반대를 의식해 빼기로 했다.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해 중산층의 통합 자산관리를 돕는다는 제도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서 ISA 편입 상품에 보험은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은 ISA에 보험상품을 편입시키지 않기로 했다"며 "업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ISA는 통장 하나로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고, 상품 간 자유로운 교체 투자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연간 한도에서 포괄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말한다.
당초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예·적금과 펀드뿐만 아니라 보험 등 금융사에서 취급하는 모든 금융상품을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서민·중산층이 다양한 투자상품에 가입해 효과적인 자산 관리를 돕겠다는 게 제도의 기본 취지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 ISA도 예·적금과 펀드뿐만 아니라 보험, 주식, 채권 등 모든 금융상품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한국형 ISA에 보험상품을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보험업계 반발을 의식해서다. 보험업계는 ISA에 보험상품이 편입되면 비과세 혜택을 받던 기존 저축성보험 상품 영업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SA 안에서도 상품 간 교차 가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예·적금과 펀드에 비해 보험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비과세 혜택에도 불구하고 저축성보험 가입률이 저조한데 ISA에 편입시키면 보험상품 경쟁력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ISA로 인해 상품의 교차 가입이 가능해지면 설계사를 통한 보험 가입률이 현저히 하락할 것"이라며 "영업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ISA가 도입되면 은행, 증권사 지점을 통한 계좌 개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보험 전문회사의 설계사 영업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보험업계의 이해관계에 떠밀려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예·적금과 펀드, 보험의 상품 특성이 상이한 만큼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해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이다.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ISA제도가 국민의 노후 대비 자산관리를 강화한다는 본래 취지를 고려한다면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금융상품의 종류도 최대한 많이 편입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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