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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전인지·조윤지의 공통점…‘스승과 무한신뢰’
입력 2015-07-23 16:41 
스승 안성현 코치와 혹독한 스윙 교정 후 K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조윤지.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유서근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 한, 미, 일 3대 투어 정상에 오른 전인지(21·하이트진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특급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은 품은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골프계를 뒤흔들고 있는 세 선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스승과 제자간의 무한신뢰를 바탕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분야에서 스승과 제자의 소통이 중요하겠지만 골프선수로서 이 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스윙 코치와 스윙 메카니즘은 물론 서로간의 소통에 따른 신뢰 여부에 따라 선수로서의 경기력이 큰 차이를 보인다.
가장 좋은 모델이 조윤지다. 최근 KLPGA 투어에서 가장 뜨거운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조윤지도 스승 안성현 프로를 만나고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조윤지는 작년 말 올 시즌 3승을 거두면서 강력한 상금왕 후보로 떠오른 이정민(23·비씨카드)의 권유로 안성현 코치를 만났다.
23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에서 개막한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만난 조윤지는 선수들이 스윙교정에 실패하는 이유는 교정에 대한 불안감과 코치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조윤지는 새로운 코치 안성현 프로에 대한 믿음부터 다졌다. 안 코치는 큰 틀을 바꾸기 보다는 조윤지의 임팩트 후 자연스런 몸 회전에 중점을 뒀다. 새로운 것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자연스레 스윙을 교정하는 동안 성적도 나빴다.

대부분 선수들은 나쁜 성적으로 시드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면서 바뀐 스윙으로 경기를 하다가도 성적을 내기 위해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간다. 그러면서 스윙이 뒤죽박죽 엉켜 투어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선수들이 많다.
불안감 속에서도 조윤지는 차분히 기다렸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E1채리티 오픈에서 스윙 교정에 ‘참맛을 봤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8홀 연속 버디라는 KLPGA 투어 신기록을 세웠다.
조윤지는 연습 때 잘 되던 샷이 막상 경기에서는 풀리지 않았는데 그때 처음 느낌이 왔고, 8연속 버디 기록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몸에 완전히 적응이 덜 돼 기복 있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바뀐 스윙이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내린 조윤지는 결국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로 코스레코드를 작성하며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조윤지는 요즘 샷 감이 무서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안성현 프로님의 혹독한 훈련 덕분”이라고 웃으면서 자신의 코치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여줬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씨를 만나 대기록을 세우면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한 "골프여제" 박인비. 사진=MK스포츠 DB
박인비도 스승과의 관계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박인비는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당시 만 19세 11개월 만에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 기록을 세우며 대형 스타 탄생을 예고했지만 왠일인지 이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박인비는 이때를 잔디만 봐도 무서웠고, 골프장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계속되는 부진으로 골프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가졌던 박인비는 스윙코치이자 지금의 남편인 남기협(34)씨를 만났다.
2011년 남편을 만난 박인비는 이후 대대적인 스윙 교정에 들어갔고, ‘볼 스트라이킹이 300% 향상되면서 결국 2013년 메이저 3연패라는 대기록을 이뤄냈다. 이후에도 잠시 주춤했던 기간이 있었지만 탄탄한 스윙 능력과 ‘조용한 암살자라 불릴 만큼 빼어난 퍼트감으로 ‘골프여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2011년 첫 만남 후 스승 박원 원장과 서로의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실력을 다져 한, 미, 일 3대 투어에서 정상에 오른 전인지. 사진=MK스포츠(여주) 정일구 기자
전인지도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US여자오픈 우승 후 금의환향한 전인지는 스승인 박원 원장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무작정 열심히만 했다. 하지만 원장님 만나고 즐기는 골프를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전인지와 박원 골프아카데미 원장과의 만남은 2011년 말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프로 턴을 선언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스윙을 뜯어 고치기 시작해 2012년 2부 투어를 거치면서 2013년 정규투어에 진출한 전인지는 그해 시즌 첫 메이저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극적인 역전극을 펼쳐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당시 ‘슈퍼루키로 불렸던 김효주(20·롯데)와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전인지는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 경기 도중 부상 악화로 기권했다.
한 번 당한 부상은 쉽게 낳지 않았다. 박원 원장은 제자인 전인지를 위해 2013년 말 미국 전지훈련을 떠나면서 물리치료사를 대동했다. 지난겨울 동계훈련도 똑같았다. 2년여에 걸친 박 원장의 정성으로 전인지는 부상에서 회복했고, 스승의 노력을 첫 출전한 일본과 미국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값진 선물을 품에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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