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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현장통신] 잘 생겨도 환승하면 안 됩니다
입력 2015-07-23 08:01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손현빈 씨(오른쪽)는 여름 방학을 맞아 부산국제교류센터를 통해 일본의 니시닛폰신문에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습득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팬인 그는 22일 롯데의 슈퍼스타였던 이대호를 직접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사진(日 후쿠오카)=이상철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日 후쿠오카) 이상철 기자] 낯선 땅에서 한국어를 들으시면 반가우신가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이라면 반가움이 더 클 것입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일본, 그 야구장에서 한국어를 사용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대호(소프트뱅크), 오승환(한신), 이대은(지바 롯데) 등 한국인 선수를 만나지 않는다면.
일본 취재진은 이들의 통역을 거쳐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한국어 대화는 매우 드물죠. 한국 취재진 또한 찾는 발걸음이 뜸한 게 사실입니다. 보통 한국어는 선수와 통역 사이, 그리고 선수와 가족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간간이 경기를 통해 만나는 한국 선수들끼리의 인사까지요. 가볍고 크지 않은 목소리로 담소를 나눕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오후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야후오크돔에 한국어 소리가 꽤 크게 들립니다. 시원한 스윙으로 빨래줄 타구를 날리며 타격 훈련을 마친 이대호 선수를 붙잡는 목소리였습니다. 관중석이 아닌 필드 취재구역이었죠.
이대호 선수도 깜짝 놀라더군요. 뜻밖의 손님을 만난 듯. 보라색의 ‘프레스 패스 AD카드를 목에 건 두 젊은 여성이 이대호 선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매우 낯선 풍경이라 이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분명 하루 전날만 해도 한국인 취재진은 저 외에는 없었으니까요. 일본 언론 종사자 가운데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더욱 반가운 일이죠. 그래서 다가가 물어봤습니다. 한국분이세요?”
정답은 반만 맞았습니다. 한 사람은 한국인, 다른 한 사람은 중국인이었습니다. 이들의 ‘프레스 패스 회사명에는 니시닛폰신문(서일본신문)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니시닛폰신문의 소프트뱅크 담당 신입 기자들일까요. 기억을 더듬어 봐도 분명 어제는 발견하지 못한 얼굴이었거든요.
한국인 여성은 자신을 손현빈 씨(23)라고 소개했습니다. 부산대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해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했죠.
부산시와 일본 후쿠오카시, 그리고 중국 광저우시가 교류를 맺고서 다양한 경험을 습득하는 프로그램(2주)을 개발했죠. 그 중 니시닛폰신문도 후쿠오카시의 언론사 중 하나로 포함돼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비 언론인을 꿈꾼다는 손현빈 씨는 다른 20명의 친구들(한국인 10명, 중국인 10명)과 함께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해서 취업까지 된 경우도 있다니 더욱 열심히 할 겁니다.

그 가운데 손현빈 씨는 ‘행운아였습니다. 각자 짝을 이뤄 다양한 분야를 돌아가며 현장을 익히는데, 이번에 소프트뱅크 홈경기 취재라는 수혜를 입었으니까요. 다른 친구들은 해보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경험입니다.
부산시에 거주하는 손현빈 씨는 아주 당연하게도 롯데 자이언츠의 팬입니다. 2011년부터 롯데를 열렬히 응원했다고. 그가 롯데에 관심을 가졌을 무렵이 이대호 선수가 롯데의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시즌이었죠.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적도 없으며 그럴 것이라고 꿈도 꾸지 못했는데, 그 행운을 뜻하지 않게 누렸습니다. 이날만큼은 꿈에서 깨기 싫을 정도로.
이대호 선수와도 짧은 대화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이대호 선수가 반갑게 맞이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열심히 하라”며 격려를 하더군요. 옆에서 지켜보는데 참 훈훈한 풍경이었습니다.
손현빈 씨는 바로 눈앞에서 이대호 선수를 만나니 정말 신기했어요. 좀 무서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친절하시고 좋았어요”라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면서 낯선 땅에서 한국 선수가 뛰는 데다 잘 하고 있으니 더욱 뿌듯한 것 같아요. 어제 경기에서 홈런을 때렸는데, 오늘도 홈런을 쳤으면 좋겠어요”라고 소망했습니다.
기자석 한 쪽에서 노란색 소프트뱅크 유니폼까지 입으며 열심히 응원했는데 그 소원이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대호 선수는 열심히 임했지만, 하루 전날 같이 모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엄청난 홈런을 치진 못했습니다. 4타수 무안타. 소프트뱅크가 이겼으나 그래도 가슴 한 쪽이 휑한 가 봅니다.
그런데 이루지 못한 게 또 하나 있었습니다. ‘핸섬 보이를 만나고 싶어했죠. 바로 원정팀인 지바 롯데의 이대은 선수였습니다. 꽃미남 외모로 열도를 뜨겁게 달궜는데, 손현빈 씨의 눈길도 확 끄는 외모였습니다. 깊은 호수 밑으로 푹 빠져들 것 같더군요.
잘 생겨도 환승하면 안 됩니다.” 그 말에도 호기심 발동입니다. 매력적인 얼굴이라는 거죠. 이대은 선수 만나기 1차 시도는 실패. 3루 더그아웃까지 방문했으나 간발의 차로 이대은 선수가 훈련을 마치고 들어갔네요. 아쉬움을 멋진 투구를 지켜보는 걸로 달래려 했는데, 야속하게 이대은 선수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인데, 서운함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색다른 경험은 새로운 재미와 흥미, 그리고 지식이 됐습니다. 한 학기를 수강하면, 손현빈 씨도 취업전선에 뛰어듭니다. 문화부 기자가 되고 싶지만, 이번 프로야구 경험도 좋은 자양분이 됐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불편한 게 없냐고 물으면서 살며시 일본어 실력을 물어봤습니다. 잘 못해요.”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손사래를 칩니다. 그런데 거짓말 같네요. 유창한 일본어로 화기애애하게 현장 분위기를 띄우더군요. ‘해피 바이러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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