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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이병규…양상문 감독의 딜레마
입력 2015-07-23 07:56  | 수정 2015-07-23 08:04
LG 트윈스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9번)를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누린 2013년, LG 트윈스에는 유행처럼 번진 세리머니가 있었다. 이른바 ‘으쌰으쌰 세리머니. 주먹 쥔 두 팔을 어깨 위로 올려 위아래로 흔드는 강렬한 제스처다.
‘으쌰으쌰 세리머니를 퍼뜨린 주인공은 LG의 베테랑 외야수 이병규(41·9번)였다. 10년의 암흑기를 보내며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선수들에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야구하자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LG 더그아웃에서는 ‘으쌰으쌰 하나로 통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병규도 에너지 넘치던 세리머니도 없다.
이병규는 지난 5월20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된 뒤 후반기에 들어서도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부상 선수들이 하나 둘씩 1군에 오를 때도 이병규는 아니었다. 부상에서는 완벽히 회복했다. 퓨처스리그에 참가해 경기 감각을 익히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12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4리로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수비도 가능하다.
지난 22일 양상문 LG 감독은 당분간은 이병규를 올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단지 올릴 시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양 감독은 이병규의 활용도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양 감독이 이병규를 1군에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반쪽자리 선수이기 때문. 양 감독은 왜 이병규를 안 올리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어떤 것이 팀에 가장 도움이 될지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병규는 어차피 대타 요원으로 쓸 수밖에 없다. 엔트리 1명을 어떻게 쓰느냐는 중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병규의 몸에 이상은 없다. 하지만 이병규를 올리고 내려야 할 선수도 없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리가 없다는 의미다. 더 정확히는 시즌 막판 순위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 굳이 베테랑 이병규를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다.

양 감독은 우리는 지금 1, 2위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규를 쓰느냐, 다른 선수들의 경험을 더 줘야 하느냐 생각해 봐야 한다. 대타도 마찬가지”라며 팬들도 관심이 많은 워낙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병규는 올 시즌 선발 출전한 경기는 거의 없다. 벤치에서도 절반 이상을 볼 수 없었다. 시즌 35경기에서 타율 2할2푼2리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LG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선수들에게는 정신적인 리더다. 단지 수치상으로 표현되지 않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삼성의 이승엽과 NC의 이호준, 두산의 홍성흔도 마찬가지다. 팀의 맏형이다.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는 큰 형님이다.
이대로 이병규의 시대는 저무는 것인가. 양 감독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이 적토마는 잠실벌을 뛸 기회조차 없이 이천에만 머물고 있다. 양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했지만, LG에는 이병규로부터 조용히 리빌딩 바람이 불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2013년 LG 트윈스의 승리 수신호였던 이병규(9번)의 으쌰으쌰 세리머니. 하지만 올해는 볼 수 없다. 사진=MK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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