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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자24시]처절하다는 윤종신과 개리의 ‘깽판’
입력 2015-07-23 07:56  | 수정 2015-07-23 13:5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요즘 가요계는 시끌시끌하다. 윤종신·유희열·김형석 등 익숙한 얼굴 50여 명이 지난 20일 기자회견까지 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대중음악시장을 죽인다"고 분개했다. 음악 저작권 수익 분배와 관련해서다.
유명인의 목소리에 관심이 쏠리긴 하는데 그들 말이 어렵고 복잡하다. 저작권료 같은 법적·행정에 관한 설명만큼 가요계에서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가 없다. 음악을 듣고 즐길뿐인 대중은 어리둥절할 만했다.
여기에 난데 없이 리쌍 개리는 "이 바닥을 뜨고 싶다"며 '미정산금 35억원'을 들먹였다. 최근 로또 1등 당첨금 보다 많은, '억' 소리 나는 돈에 많은 이가 화들짝 놀랐다. 지금 음악인들은 도대체 왜 누구와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것일까.
발단은 문화체육관광부다. 문광부는 (방송에 사용되는) 음악저작권 수익 분배 규정을 지난 4월 개정 승인했다. 새로 바뀐 규정에 따르면 방송 프로그램 속 짧게 삽입되는 '배경음악'과 우리가 흔히 듣는 약 3분~4분가량의 완전한 노래인 '일반음악'이 같은 가치로 평가될 수 있다.

즉, 방송국이 내놓은 음악 사용료를 신탁단체가 저작권자들에게 나눠줄 때 10초짜리든 4분짜리든 똑같은 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배경음악과 일반음악 가치가 달랐다. 배경음악 가중치가 1이라면 일반음악은 10을 가져갔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이하 함저협) 회원들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문광부와 함저협 회원들 외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특정단체에게 유리한 힘을 실어준 문광부의 '밀실행정'이란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또 다른 저작권 신탁 단체이자 국내 가수·작사·작편곡가 대다수가 속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발끈했다. 문광부를 성토한 윤종신·유희열·김형석이 속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현재 배경음악 중 85%(137만여곡)가 5개 외국음악수입업체라는 점을 지적한다. 개정된 배경음악 방송 사용료 분배 규정은, 수입업자 등 극소수에게 자신들(음저협 회원)이 받아야 할 1518억원(10년 기준 추정)을 빼앗아 주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방송사들은 매년 저작권신탁단체와 일종의 '통계약'을 해 일정 사용료를 지불하고 음악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올해는 330억 원을 내놓았다. 이 돈은 현재 음저협이 약 95% 가량 받고 있다. 함저협은 아직 방송사와의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으나 추후 회원 증가 추세에 따라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330억원이란 돈은 음저협과 함저협으로 양분돼 배당된다. 예를 들어 음저협 회원이 10명이고 함저협 회원이 1명이면, 배분되는 돈은 각각 300억원과 30억원이다.
배경음악업체를 비롯한 소수 작가들이 자신들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는 함저협으로 이동할 경우 미묘한 이해관계가 얽히게 된다. 업계에서는 문광부의 개정안 이후 96(음저협) 대 4(함저협) 정도였던 두 신탁단체의 규모 차이가 80 대 20 수준까지 변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자신들의 배당이 현저히 줄어들 지 모를 음저협이 문광부와 함저협을 공격하자, 공교롭게도 역풍이 일었다. 음악 사용 횟수와 시간을 산정해 수익을 저작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음저협의 주먹구구식 일처리에 쐐기를 박는 비판적 증거가 제시됐다.
앞서 MBN은 음저협의 수익 분배 근거인 관련 서류에 정확한 음악 사용 시간조차 제대로 적혀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MBN은 "수년 이상 수십억 원 이상의 이익을 자신들 편의에 맞게 마구잡이식으로 나눠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정확한 실태 조사와 분배 방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해당 보도에서 꼬집했다.
음저협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통화에서 "고충이 있다. 지상파 3사를 비롯한 우리나라 방송국은 외국과 달리 음악 사용 데이터를 정확히 넘겨주지 않는다. 협회가 일일이 파악하기에는 현재 한계가 있는 시스템"이라고 호소했으나 잘못은 잘못이다.
음저협은 함저협이 생기기 전까지 50여년간 사실상 독과점 운영돼왔다. 정부는 음악 역시 공공재에 가깝다며 집중관리 감독제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저작권자는 본인에게 적합한 단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저작권 복수 신탁 단체가 된 함저협 설립은 그간 많은 음악인의 숙원이기도 했었다. 일부 뮤지션은 그간 음저협의 저작권 징수·분배가 투명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왔던 터다. 두 신탁 단체의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이제는 소속 회원들마저 적이 돼 으르렁 된다. 그들은 아니라고 억울해 하지만 대중의 눈에는 결국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단, 이번 사태에서 리쌍 개리의 발언은 다소 의아하다. 개리는 21일 자신의 SNS에 음저협을 비판한 MBN 기사 URL을 링크하며 '이 바닥을 뜨고 싶다...스트레스로 수명 단축될 듯'이란 글을 올렸다. 더불어 음저협의 35억원 미정산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올해 초에도 그는 "저작권료가 거의 똑같은 금액으로만 입금되고 있다"며 음저협의 정산과 관련해 불만을 내비친 바 있다. 다수 히트곡을 보유한 리쌍 멤버이면서 직접 작사·작곡까지 하는 그의 '35억' 발언은 자극적이고 흥미롭다.
"개리의 발언 35억원은 회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부분이며 음원 수익 배분이 매출액 비율에서 종량제 방식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한 달 정도 지연돼 발생한 문제일뿐 지금은 해결돼 정산 완료된 상태"라는 음저협 해명이 있었음에도 다수 언론과 대중이 그를 더욱 주목했다. 그렇게 윤종신 외 가수들의 문제 제기는 묻히고 음저협은 되려 의심을 받는 단체가 됐다.
개리는 음저협 회원이다. 그 역시 이번 수익 분배 규정 개정의 손해를 감수해야 할 당사자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동료들이 '처절한 마음'이라며 사활을 걸고 나선 싸움판 분위기를 파악 못한 채 '깽판'을 친 꼴이 됐다. 한 관계자는 "손발이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머리가 맞대지지 않으니 난감하다"고 헛웃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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