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우조선 손실 은폐 파장…빅4 회계법인 잇단 `투자자 소송` 위기
입력 2015-07-20 17:55  | 수정 2015-07-20 22:08
분식회계에 대한 부실감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빅4 회계법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대규모 투자자 소송에 직면할 위험성이 커진 탓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은폐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20일 금융감독원은 "'2조원대 손실 은폐 의혹'이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회계 감리에 착수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사업 지연 등에 따른 손실 회계 처리를 제때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안진회계법인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15일 열린 제13차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에서 동양인터내셔널, (주)동양, 동양시멘트 문제로 중징계가 결정됐다.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대한 감사 절차 소홀로 20~30%의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처분과 함께 감사업무 제한 등의 징계를 받았다. 특히 한영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을 발행해 광범위한 대규모 투자 손실을 양산한 동양시멘트의 회계감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향후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할 여지가 커졌다.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도 각각 대우건설과 STX조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건설 중징계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예정이다. 삼일은 대우건설이 다른 건설사에 비해 미리 손실충당금도 충분히 쌓아두는 등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해왔기 때문에 중징계가 결정되면 감리 불복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삼정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형사소송 항소심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1심에서 강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841억원 규모 분식회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강 전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가 최종 확정되면 이를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 안진도 일부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부실회계 감사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감독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848개사의 감사보고서 중 회계 법인들이 적정 의견을 내린 기업은 99%에 달해 전년(99.1%)과 비슷한 수를 유지했다. 이번에 2조원대 이상 부실 누락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안진회계법인에서 적정 의견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이 회계법인들에 대해 좀 더 강력한 감시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하지만 기업과 회계법인들을 감시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감리 대상들을 매년 철저히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금융감독원이 회계 감리를 해야 할 대상 기업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중 외감기업(자산총액 120억원 이상)을 합해 2만4000개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감원에서는 연초 감독1·2국으로 나뉘었던 회계 감리 부서를 회계심사국과 회계조사국으로 변경해 기본적인 사항은 심사국에서, 심층 감리는 조사국에서 담당하도록 하면서 감리 주기를 단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감리 체제를 바꿀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형 회계법인 감사 부문 대표는 "범죄(분식회계)를 줄이려면 도둑을 잡는 경찰(회계법인)에게 미국처럼 총기(강제조사 권한)를 지급하든가 범죄자에게 무기징역 등 강력한 처벌(분식회계한 경영진 중징계)이 내려져야 하는데 한국 금융당국은 범죄자를 잡지 못한 경찰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항변했다.
분식회계 혐의가 있을 경우 법적인 절차에 돌입하는 유럽의 회계감독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회계학회 회계제도분과위원장)는 "한국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기업과 회계법인에 징계라는 행정조치를 취하는데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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