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주요 그룹 총수 대부분은 특별한 휴가 계획을 잡지 않고 평소와 다름 없이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여파로 인한 내수 부진과 엔저·유로화 약세에 따른 수출 여건 악화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휴가를 제대로 즐길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번 여름에도 재활치료를 받으며 병원에서 지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당분간 자택 등으로 옮기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자택 근처 순천향대학 서울병원에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뒤 삼성서울병원 VIP실로 옮겼다.
지난달 초 이 회장이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이 언론매체를 통해 공개되자 당시 삼성 측은 (이 회장의) 건강이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이 돼 지속적으로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진앙으로 지목됐을 때도 이 회장은 삼성서울병원에 계속 머물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이 주총을 통과해 짐을 덜게 되면서 향후 사업 재편과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하며 휴가 시즌을 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기아차 전 사업장이 문을 닫는 다음 달 3~7일에 맞춰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정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 기간 별다른 계획 없이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구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침체가 우려되고 원고·엔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올해 사업목표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건설이 한창인 현대차 중국 4, 5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일정에 맞춰 준공될 수 있도록 건설 상황을 꼼꼼히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회장은 휴가 기간에도 필요에 따라 출근해 업무를 봐 왔기 때문에 올해도 ‘휴가 중 경영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휴가 동안 한남동 자택에서 독서와 경영구상을 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은 이달 22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전경련 하계포럼에서 경영인들과 국내외 석학들을 만나 경제와 경영 이슈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이후에는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하반기 경영 구상에 전념할 계획이다.
허 회장은 최근 메르스 불황 극복과 내수 진작을 위해 ‘국내에서 여름휴가 보내기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경련 회원사들에 보내고 지난 1일 솔선해 자매마을인 경기도 양평의 화전마을을 방문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경영 복귀 이후 주로 가회동 자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별도 휴가보다는 집과 장교동 사무실을 오가는 평소 패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기 위해 국내 휴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도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집에서 보낼 예정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휴가철에도 평상시와 다름 없이 집무실로 출근해 그룹 내 현안을 직접 챙기며 분주한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여름 휴가철은 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성수기인 만큼 조 회장은 거의 매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정상 근무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 왔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앞두고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휴가 기간에도 정상 출근해 그룹 재건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박 회장은 2010년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매년 여름휴가를 포기한 채 구슬땀을 흘렸고 임원들도 함께 휴가를 반납하고 힘을 보탰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