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찾은 경기 화성시 남양읍 신외리 일대. 2007년만 해도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온다며 입소문이 퍼졌던 송산그린시티 국제테마파크 사업부지다. 개발 이야기가 나온지 햇수로만 9년째인 현재 이 곳에 보이는 것은 검은 흙과 무성한 풀더미 뿐이었다. 시화호 간척으로 부지가 조성된 것이 1994년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20만㎡(약 127만평)에 달하는 부지가 20년 넘게 빈 땅으로 있는 셈이다.
일본 오사카가 유니버셜스튜디오 유치로 톡톡한 경제효과를 누리는 것과 달리 국내 최초로 글로벌 테마파크를 유치한다며 야심찬 청사진을 그렸던 화성시의 국제테마파크사업은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그나마 최근 정부의 강력한 의지덕에 사업이 재개되고 있지만 실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작은 좋았다. 지난 2007년 경기도와 화성시, 송산 일대 부지를 소유한 케이워터(한국수자원공사) 등 8개 기관은 시화호 간척지인 화성시 송산면 일대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테마파크를 만들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국제테마카프 사업은 송산면 등 5686만㎡에 2020년까지 6만가구 수용이 가능한 관광ㆍ레저 중심 휴양도시를 개발하는 송산그린시티 개발사업의 핵심축이었다. 뒤이어 같은 해 경기도는 미국의 대표적인 테마파크 회사인 유니버설스튜디오와 2조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테마파크를 포함해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호텔, 전시 및 컨벤션센터 등이 2014년에 문을 열면 무려 5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이 가득했다.
그러자 롯데자산개발과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뿐 아니라 한국투자증권까지 9곳의 민간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외자 유치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들이 모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USKR) PFV는 사업시행자로 선정돼 케이워터와 본격적인 사업협약을 맺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감정평가로 정한 값이었는데, 민간사업자들이 너무 비싸다”며 주저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가격에 대해 케이워터측과 의견차이가 너무 컸다”고 설명했다. 2011년 시작된 땅값 협상에서 사업시행자 측이 처음 제시했던 가격은 1500억원. 반면 케이워터가 최초로 요구했던 값은 무려 1조80억원이었다. 그나마 감평가로 하기로 하고 5040억원에 넘기기로 합의했지만, 당초 민간사업자들이 생각했던 가격보다는 여전히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에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며 사업자들의 투자의욕도 사그라들었다. 결국 이들은 땅값을 3000억원으로 깎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케이워터가 거부했고, 마침내 2012년 시행자들이 계약금조차 납부하지 않아 계약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USKR 사업팀까지 따로 꾸렸던 경기도는 계약이 깨진 후 팀까지 해산시켰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의 7배, 싱가포르의 6배 규모로 아시아 최대 할리우드 영화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원대한 꿈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에 ‘USKR의 차질없는 조성을 포함시키면서다. 지난해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가 답보상태인 송산 국제테마파크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케이워터가 이번만은 다르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산테마파크 현장에서 만난 케이워터 송산건설단 신성회 공사팀장은 사업자 선정 방식을 입찰에서 공모로 바꾸고 사업자가 사업성격에 맞게 용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땅을 원형지로 공급하는 산업입지법 개정안이 최근 시행되면서 예전보다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며 정부가 기반시설을 조성해주고 땅 전체의 20%를 케이워터가 현물출자하기로 한 만큼 초기 사업비 부담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융·인프라 지원과 외국인 투자지역 지정 등 인센티브도 도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만큼 기업들의 입질이 활발할 것이라는 기대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등이 사업 참여를 고민 중이고 지난달에는 필리핀 최대 기업인 산미구엘사가 케이워터와 투자협력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 올 하반기 사업자를 공모하고 빠르면 내년말 착공, 2020년에는 실제 테마파크를 개장하겠다는 게 케이워터의 목표다.
이미 현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테마파크 부지 인근에 들어서는 ‘송산신도시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아파트가 최근 진행한 일반분양은 평균 1.34대1의 경쟁률로 2순위에서 마감됐다. ‘국제테마파크 개장 예정을 개발호재로 홍보했던 곳이다. 테마파크 호재 덕택에 어느정도 ‘선방했다는게 대체적인 평이다. 반면 아직도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이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너무 오랫동안 멈춰있던 사업이라 또다시 안 될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대다수”며 호재가 될지 악재가 될지는 실제 사업이 되는 것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사업 무산의 원인이었던 ‘땅값 이슈가 다시 한번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케이워터는 사업자 공모가 끝나면 다시 감정평가에 나서 부지가격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시간이 지난 만큼 과거 5040억원보다 감평가는 더 뛸 전망이다. 결국 또다시 땅값을 놓고 선정된 사업자와 케이워터 사이의 지리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화성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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