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중국 비중 줄이고 다른 신흥국과 미·일 시장에 관심을”
입력 2015-07-16 14:25 

상반기 해외펀드에는 7년만에 자금이 순유입됐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브릭스 등 해외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었던 아픔을 떨쳐내고 마침내 해외투자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해외시장은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투자자가 몰렸던 유럽과 중국시장은 올해 초 반짝 고수익을 냈지만 이내 대내외 변수에 꺾이며 적잖은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망한 자산에 몰려다니는 투자행태를 버리고 기대수익을 바탕으로 리스크를 낮추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한다. 중국 증시가 단기 반등하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시장과 다른 신흥국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에셋얼로케이션팀장,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크로스에셋전략파트장, 이헌복 미래에셋자산운용 멀티에셋투자부문 자산배분본부 상무 등 4인의 자산배분 전문가가 하반기 해외투자전략을 풀어놓았다.


- 자산배분전략은 분산투자를 말하는 것인가?
▶이 상무= 자산배분 투자는 자산을 선별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자산배분은 특정 자산의 리스크를 줄이는 과정이다. 연령과 소득수준, 투자성향에 따라 투자자와 금융사가 함께 고민해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과정 전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주식과 이 나라가 좋다고 말하는 것은 배분이라고 할 수 가 없다. 예전에는 다양한 지역과 업종·종목에 고르게 투자하는 것을 분산투자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개념이 바뀌었다.
▶김 팀장= 자산배분의 목적은 위험대비 수익률을 높히는 것이다. 이를 잘못 이해한 사람들은 모멘텀투자를 자산배분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주식이 오르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늘리고 증시가 하락하면 다시 줄이는 식이다.
자신의 목표수익률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변동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파트장=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늘면서 이제는 ‘머니게임보다는 지키는 투자전략이 중요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대부분의 자산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제는 차별화될 것이다.
- 자산배분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문제도 있다. 운용사·증권사가 자산배분펀드 또는 랩을 내놓을 수도 있고, 판매사가 다양한 상품의 비중을 조절해 배분할 수도 있다. 투자자가 직접하는 방법도 있다. 누구의 손에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김 팀장= 국내 투자환경에서 판매사가 자산배분을 주도하기는 어렵다. 거액자산가가 아닌 이상 투자자산으로 돌릴 수 있는 금액은 1억원을 넘기 어렵다.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자금의 목적도 다른 상황에서 이 자금을 여러 지역과 자산에 분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윤 팀장= 금융위기 직전 해외시장에 묻지마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운용사·판매사·투자자가 모두 자산배분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대부분 금융사들이 자산배분 관련 부서를 만들고 상품을 내놓는 것은 한 시장, 한가지 상품에 몰빵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할 점은 무엇인가
▶김 팀장= 중국 투자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중국 시장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중국 일변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증시가 반등하고 있고 국내보다 높은 수익을 낼 여지는 있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시장과 다른 신흥국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해외투자의 비중도 늘려야 한다. 해외투자를 아예 하지 않는 투자자도 너무 많다.
▶이 상무= 수익률에 대한 투자자들의 욕심이 크다. 이 때문에 해외투자를 이머징이나 전망이 좋은 특정국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5년간 경험했던 시장보다는 기대수익을 줄이고 자산의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투자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이 파트장= 중국 비중을 줄이자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번 중국 증시의 조정에도 투자자들이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중국 시장의 앞날이 어둡다는 의미인가?
▶윤 팀장= 기대수익률 관점에서 중국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뒤쳐지지는 않는다. 다만 국내 투자자의 쏠림현상이 문제인 것이다.
▶이 파트장= 중국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는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사람과 중국 증시를 코스닥시장의 대체재로 활용하는 투자자다. 실제로 시장에는 후자가 더 많이 보인다.
중국은 현 시점에서는 기분좋게 파는 것이 정답이다. 최근 조정을 크게 받았지만 연초 상승세가 높아 수익을 낸 투자자가 더 많다. 정리하고 선진국 등에 대한 투자비중을 늘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 상무= 쏠리는 장에는 조정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자체가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투자 기회는 많이 있다. 경기 순환주기에 관계없이 소비재·헬스케어 등과 같은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게 바람직하다.
- 하반기 비중을 늘릴만한 자산은 무엇인가?
▶윤 팀장=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권보다는 주식 비중을 높이는 편이 맞다. 전세계적으로 3분기까지는 주식·채권 모두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4분기에는 주식이 차별화될 것으로 본다.
국가별로는 이미 주식가치의 재평가가 진행된 미국보다는 일본이 더 투자할만하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중국의 생산기지화가 진행되고 있는 베트남에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어서 남미 등 원자재 기반의 신흥국은 박스권을 이어갈 것이다.
▶이 파트장= 자산군으로 보자면 주식이 채권보다는 낫고 원자재가 리츠보다는 매력적이다. 하반기에는 아시아지역, 특히 일본과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는 싱가포르, 인도의 비중을 늘려볼만한다.
▶이 상무= 주식과 채권 모두 지난 5년간 좋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향후 기대수익률은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기간 제자리걸음한 이머징국가의 주식시장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포트폴리오에서 해외투자의 비중은 얼마나 돼야 할까? MSCI월드지수에서 국내시장의 비중이 2%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비중도 90%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 팀장 = 글로벌 증시에서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해외투자가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외가 국내보다 더 많은 투자기회를 제공할 때는 돈이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경상흑자가 6~7%씩 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자금수요보다는 자금공급이 더 많다는 방증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투자도 줄어들고 기대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금이 해외로 나갔을 때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무= 대부분 투자자들은 소득과 부동산 자산 대부분이 한국에 있다. 투자자산의 포트폴리오만 고려해 해외투자 비중을 설정할 것이 아니라 생활 전체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해외투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해외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한 다음 성과차이에 따라 해마다 비중조절을 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김 팀장= 투자자금의 목적에 따라 국내·해외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같은 연금성 자산은 해외보다 국내 비중을 절반 이상 가져가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연금 자산은 은퇴 후 국내에서 쓸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해외자산비중을 지나치게 늘리기보다는 국내 시장과 어느정도 연동해 두는 쪽이 유리하다.
▶이 파트장= 해외투자의 절대적인 비중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꺾이는 속도에 맞춰 해외 자산을 늘릴 필요는 있다. 통화 리스크도 있고 해외투자경험도 적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중을 정하고 단숨에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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