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권이 국민과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안전보장법제의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베 정권의 독주를 견제할 야당의 부재로 안보관련법제가 첫 관문인 중의원 소위를 통과하면서 올 가을이면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전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5일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중의원 특별위원회를 열어 11개 안전보장법제 제·개정안을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연립여당은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킨 후 상원의원격인 참의원으로 법안들을 상정할 예정이다. 연립여당이 과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참의원에서도 통과되면 자위대는 족쇄를 풀고,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근거를 갖게 된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자위대법 중요영향사태법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 등 안보관련 10개 법안 개정안과 새로 제정하는 국제평화지원법안 등 11개다. 국제평화지원법안은 그 동안 자위대를 파견할 때마다 특별조치법을 만들 필요가 없도록 새로 제정한 항구법이다.
이 법안들이 최종 제·개정되면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미군과 함께 전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7월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용인 내각 결정을 한 이후 국내 관련 법안 정비에 나서왔다. 지난 4월 말 미국을 방문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일본 국내 안보법제 정비를 여름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이 개정됐지만 국내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국내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 5월 안전보장법제 내각 결정을 한 이후 국회 통과를 목표로 심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국회 심의 기간 동안 국민들의 반대시위와 헌법학자들의 반대, 야당의 강력한 반발이 계속됐다. 여야가 추천한 헌법학자가 모두 집단적자위권 행사 용인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쿄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헌법학자의 90%가 위헌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국민반발도 커졌다.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81%가 안전보장법제에 대한 국민적인 이해를 구하는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최근 주요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에는 2차 정권 수립 이후 처음으로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는 응답을 넘어서기도 했다. 도쿄 나가다초 국회 인근에서는 연일 대규모 시위대가 안보법제 강행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찜통 더위에도 14일에는 무려 2만여 명이 반대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15일에도 오전부터 1000명 이상이 모여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날 안보법안이 중의원 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쟁법안을 폐기하라” 강행처리 강력규탄” 등을 외치며 강력히 반발했다. 시위에 참가한 한 60대 여성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자위대가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법안을 굳이 추진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제1야당 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간사장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아베 내각의 폭주를 막겠다”며 분노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충분히 협의할 만큼 협의했다고 예정대로 통과를 공언해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앞서 심의시간이 100시간을 넘겼다. 결정할 때는 결정해야 한다”며 강행처리를 시사했다.
급기야 15일 민주 유신 공산 등 야3당이 참석하지 않은 채 자민·공명 양당만 참석한 채 표결을 벌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이번 법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베 총리는 국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안타깝게도 국민의 이해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해를 진전시켜나가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이미 국회 회기를 오는 9월 27일까지 연장시켜 놓은 상태로, 이 기간 내에 반드시 국회 통과를 공언하고 있다. 16일 중의원 본회의 통과 이후 참의원으로 넘어간 법안이 설령 참의원에서 부결되거나 의결을 60일 이상 미룰 경우 중의원에서 재의결하면 법안은 최종 성립된다. 이 때문에 일본 언론들은 여론의 반대가 높긴 하지만 현재의 여권 분위기라면 아베 정권의 의도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