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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시사만화①] 투쟁과 촌철살인의 ‘106년’, 변화를 거듭하다
입력 2015-07-15 13:33 
디자인=이주영
[MBN스타 이다원 기자] 사회를 향한 일침을 담은 시사만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지 벌써 106년이 지났다. 해방 이후 유신체제, 민주화 과도기 등을 지나오면서 시사만화는 풍자와 해학으로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사이다 같은 존재였다. 106년을 꾸준히 걸어온 그 발자취는 어땠을까.

국내 최초 시사만화는 1909년 6월2일 창간된 ‘대한민보 1면에 실렸다. 당시 이도영 화백은 항일, 반일 등 시대적 정서를 1칸 만화에 담아 시사만평을 내보냈다. 친일 행각을 보이는 국내 특권층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시사만화는 이후 1칸 혹은 4칸, 캐리커쳐 등에 날카로우면서도 웃음기 가득한 시선을 담아 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도구가 됐다.

시사만화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이 급속하게 발전하기 이전까지는 신문을 통해 그 파급력을 자랑했다. 프레임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정권에 아첨하지 않는 서민 캐릭터들이었다. 이들은 정권의 무능함이나 국민을 향한 억압이 강해질수록 강력한 촌철살인을 날리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고바우 ‘왈순아지매 ‘두꺼비 등이 당대 최고의 캐릭터로 손꼽힌다.



특히 1979년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1980년 이후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면서 시사만화의 우회적인 혀놀림은 더욱 강해졌다. 당시 신군부가 검열관을 내세워 시사만화를 사전 검열하면서까지 압박해오자 ‘왈순 아지매 정운경 화백이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두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기왕이면 광주식당 음식을 팔아주자며 그곳으로 몰려가는 내용을 만화 안에 담아낸 건 유명한 일화다. 이밖에도 시사만화는 조선일보, 한국일보, 중앙일보, 신아일보, 서울신문, 경향신문, 동아일보 등 7대 종합일간지에서 각자 색깔 있는 작가와 만화를 내세워 경쟁할 만큼 매체의 중요한 무기로 떠올랐다.

이처럼 프레임 속 인물들이 사회를 향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신문이라는 매체와 4칸 형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시의성 강한 신문 속에서 내러티브를 갖춘 4칸 형식의 만화는 그 어떤 논평보다도 쉽고 전달력이 강해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혼란하면서도 눈과 귀를 통제하던 시기라 시사만화로 서민들에게 전달되는 메시지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컸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전까지 정부가 시사만화의 힘을 경계했다.

사진=전국시사만화협회 제공


1980년대 정권은 언론기본법으로 재정비해 시사만화 시장을 조였다. 일례로 1986년 1월19일자 ‘한국일보의 ‘두꺼비는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악성종양으로 투병중임을 빗대 전두환 대통령의 44회 생일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는 내용이 ‘국가원수모독행위로 규정받아 제재를 당했다. 또한 안의석 화백은 강제휴직을 당해 1년 7개월간 연재에서 손을 떼야만했다.(윤영옥 ‘한국신문만화사 1995년, p.370)

시사만화가 또 한 번 변화를 맞이한 건 1990년대다.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6월 항쟁 결과로 새로운 민주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은 여당과 야당의 지지세력으로 갈렸다. 그동안 정부와 국민이 갑을 관계로 인식됐다면 1990년대 이후 각자 목소리를 내고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와 함께 무조건 ‘을의 입장을 대변했던 시사만화 캐릭터들도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여기에 젊은 작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정치적 소재에서 벗어나 현실밀착형 만화들이 쏟아졌다. ‘광수생각 ‘도널드닭 등 새로운 시도들이 더해진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으며 장편 서적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인터넷이 보급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가 활개를 치자 시사만화도 지면에서 온라인 상으로 자연스럽게 적을 옮기기 시작했다. 또한 시사만화가가 될 수 있는 문턱이 얕아지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졌다. 세월호 사건, 성완종 리스트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은 촌철살인의 시사만화들이 탄생할 수 있는 밑바탕을 제공하기도 했다.

항일 정신을 담아내 시작한지 벌써 106년. 시사만화는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했다. 이런 가변성은 급변하는 국내 사회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강력한 무기였다. 나아가 지금은 신문만이 아닌 SNS나 온라인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독자층을 넓히고 있다. 앞으로도 시사만화가 어디까지 변모할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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