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 PK의 김무성과 TK의 유승민, 그리고 중도보수
입력 2015-07-14 18:42  | 수정 2015-07-14 19:13


경상도 지역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의 김무성 바람과 대구 경북 지역의 유승민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지만, 언제가는 서로를 향해 맞바람으로 바뀔 지 모를 일입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어제 대표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주요 당직에 영남 인사들을 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어제)
- "저는 초선 때부터 새누리당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고 생각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비경상도권의 사고와 시각을 갖고 선거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모든 당직은 비경상도권으로 하고 반드시 탕평을 하겠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영남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 대표로서는 당연한 목표이겠습니다만, 이게 그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새누리당, 그리고 현 청와대, 정부 요직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사들은 TK 출신들입니다.

이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TK의원들은 당직 배제에 이어 다음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 TK의원들은 "PK는 금메달이고, TK는 동메달이냐"고 반발했습니다.

또 "유승민 사퇴하고 의도적으로 대구 경북 외면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유승민 나가고 나서 대구 경북 씨를 말리려고 하는 건지"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TK 지역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의미일까요?

그렇다면, 이런 역차별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오늘 중앙일보에는 흥미로운 만평이 하나 실렸습니다.

과거 김무성 대표가 청년층 일자리 캠페인을 위해 홍보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이를 패러디한 겁니다.

여권 차기 대선 주자 1위에 올라선 유승민 의원이 바바리 코트를 휘날리며, 지지 라면을 먹는 김무성 대표에게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고 말하는 겁니다.



'광고의 재연'이라는 부재도 달렸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TK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서 배제하는 것은 이 만평처럼 유승민 의원에 대한 견제때문일까요?

오늘 뉴스 빅5시간에는 대구지역과 부산지역의 주민을 연결해 그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 인터뷰 : 남00 / 대구 동구 30년 거주
- "김무성 대표가 스스로 힘으로 일어선 적이 있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힘을 입어 된 것이지 스스로 일어선 적이 없잖습니까? 장관이면 족하지, 그 이상 리더십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김00 / 부산 영도 45년 거주
- "정치라는게 금방 되는 게 아닙니다. 유승민 의원이 뜬 것이 최근 아닙니까? 정치를 하려면 오랜 시간 단련돼야 하는데, 유승민 의원은 지금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PK와 TK의 지역 민심을 잘 드러낸 것일까요?

김무성 대표는 '무성 대장'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돌파형 정치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샌님 같았던 유승민 의원은 이번에 '소신과 원칙'있는 강단을 보여줬습니다.

두 가지 정치스타일 모두 대통령이 갖춰야 할 리더십입니다.



김무성 대표의 부친은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으로 원내대표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원내대표를 지낸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 대표의 이복 누나 딸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입니다.



전형적인 기업가 집안 출신의 정치인인 셈입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의 부친은 유수호 판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밖에 나면서 법복을 벗고 국회의원이 된 분입니다.

큰 형은 고등법원장까지 지냈고, 매형 역시 판사 출신입니다.

'유수호 장학생'을 뒀을 정도로 지역에서 꽤나 명문가로 통한 집안입니다.



지금이야 두 사람은 순망치한의 관계이지만, 나중에 PK의 김무성과 TK의 유승민으로 운명적 다리 위에서 만날 지 모릅니다.

이 둘이 만났을 때 무게 중심의 추를 결정하는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일 겁니다.

한 언론사가 지난 5월 새누리당 의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직접 물어서 분석했는데, 응답한 의원 79명 중 47명(59.5%)이 중도보수라고 스스로를 평했습니다.

중도라는 답변은 16명(20.3%)으로 보수라 답한 12명(15.2%)보다 많았습니다.

공교롭게도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를 '보수'라 부릅니다.

유승민 의원도 한때는 '보수'라 불렸지만, 이번 파동을 계기로 이른바 '개혁 보수'로 세분화됐습니다.

중도 보수를 선택한 의원들은 사실상 보수로 분류해야 맞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유승민 의원보다는 김무성 대표에게 이념적 성향이 더 가깝습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유승민 의원의 세는 아직 김무성 대표의 세에 비할 바가 아닌 듯 보입니다.

하지만, 대선이 다가올 수록 보수에서는 개혁보수와 합리적 보수의 목소리가 커지기 마련이고, 전형적 보수의 목소리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지난 대선에서 소위 재미를 봤듯 말입니다.

지금은 유승민 의원이 당내에서 인적 기반이 김무성 대표보다 취약하다 할지라도, 이런 추세와 흐름이라면 2년 반 뒤 상황은 또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당 지지층에서 압도적인 김무성 대표와 무당층에서 압도적인 유승민 의원의 관계가 내일은 어떻게 바뀔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이가영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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