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파생금융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기초자산 주가를 조작해 투자자에게 의도적으로 손실을 입힌 혐의로 SK증권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금융당국 자료 등을 토대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김형준 부장검사)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소재 SK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이 ELS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증권사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사건에 연루된 특정 직원을 소환 조사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데 그쳤다.
검찰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에서 SK증권 직원 A씨에 대한 불공정 거래 혐의를 통보받고, A씨를 조사하면서 회사 내 리스크관리팀과 준법감시팀 등 감독부서 역시 연관이 돼 있을 것으로 보고 증권사 전체 단위로 조사를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SK증권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하고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감시 감독을 강화하기로 해 수사가 다른 증권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ELS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ELS의 경우 기초자산 주가가 특정 구간에 진입하면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특히 증권사의 위험회피 기법인 ‘델타헤지에서 투자자와 증권사 간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일부 증권사들의 델타헤지에서 불공정 거래 의심 행위가 나타나고 있어 이와 관련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일반적으로 주식)이 미리 정해진 주가(베리어) 아래로 하락하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정해진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투자상품이다. 기초자산이 베리어 아래로 내려가 투자자 손실이 확정되는 구간을 ‘녹인(Knock-In)이라고 한다.
SK증권은 지난 2011년 4월 포스코와 KT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상품 약 100억원 어치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팔았다. 3년 동안 두 종목 주가가 발행 당시 주가의 6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금의 36%를 보장하지만 반대로 만기 전까지 한 종목이라도 60% 미만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원금의 36%까지 손실을 보는 구조였다.
ELS를 판매한 증권사는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판매한 ELS의 기초자산 주식을 보유하는데, 이를 ‘델타헤지라고 한다. 기초자산 주가가 증권사 예상과 달리 오름세를 보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내주더라고 보유한 주식 주가가 올라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를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증권 직원인 A씨 등은 ELS 만기 두 달 전인 지난해 2월 28일 포스코 주식 시가가 배리어에 인접하자 델타헤지 목적으로 보유 중이었던 포스코 주식 15만주를 시장에서 매도, 주가하락을 유도해 ELS를 의도적으로 녹인구간에 밀어넣었다. SK증권측은 ELS 운용 과정에서 정상적인 위험회피(헤지) 거래인 ‘델타헤지를 한 것일 뿐 위법사항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ELS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증권사들도 ‘델타헤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법원은 증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다. ELS 투자자와 법정 공방을 벌여온 KDB대우증권은 1심과 2심에서는 승소했으나 지난 5월 말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대우증권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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