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7시간 밤샘 그리스 협상’ 타결 1등공신은 투스크 EU의장
입력 2015-07-14 16:18 

17시간이나 계속된 밤샘 그리스 협상에서 타결 일등 공신은 도널드 투스크(59)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었다.
협상이 깨질 위기에 처할때마다 중재자로 개입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결국 한발씩 양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즈(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일 오후 4시 시작된 유로존 정상회의는 다음날 새벽 6시 막다른 벽에 도달했다. 메르켈 총리가 요구한 그리스 국유재산 담보 펀드를 어느정도 규모로 조성하고 또 어디에 만들지에 대해서 치프라스 총리가 더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이다. 양쪽의 유일한 선택지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투스크 의장은 여기에 개입해 미안하지만, (합의를 이루기 전) 이 방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두 정상이 합의를 이룰 것을 압박했다. 결국 3시간이 걸려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치프라스는 펀드 규모를 독일이 원하는대로 500억유로 규모로 양보했고 대신 펀드를 그리스에 두고 펀드 자산의 최대 50%를 그리스에 재투자한다는 약속을 얻었다.
이날 메르켈 총리와 치프라스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별도 협상을 진행하도록 한 것도 투스크 의장이었다. 13일 새벽 4시 치프라스 총리가 화를 내면서 협상장을 떠나자 정상회의는 결렬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치프라스는 결국 돌아왔고 투스크 의장은 네 정상들만 별도로 협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폴란드 총리를 지낸 유럽 거물 정치인이다. 7년간 총리를 지내면서 폴란드를 동유럽 공산권 국가 중 경제적 및 정치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로 만들었다. 폴란드는 금융위기중 EU 국가중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겪지 않았으며 지금도 3% 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중도우파인 시민강령당 당수에 올라 2014년까지 당을 이끌었으며 대표적인 친EU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4년 9월 EU 상임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총리자리에서 물러났다.
EU상임의장은 EU집행위원장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최고위직이다. 통상 28개 회원국의 정상을 지냈던 정치인이 맡는다.
한편 이번 협상 타결에서 올랑드 대통령의 역할도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협상 전 부터 그리스의 편에 서면서 유로존 내에서 독일의 독주를 견제했다. 독일이 주장했던 ‘한시적인 그렉시트가 최종적인 협상안에서 빠진 것은 올랑드 대통령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협상이 끝난 후 우리 문명의 중심이자 문화의 일부이고 삶의 방식의 일부를 차지하는 나라(그리스)를 잃을 뻔 했다”며 독일과 여타 국가들로 부터 강력한 그렉시트 압력이 있었지만 나는 이를 거부했다”고 자찬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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